콜금리목표제가 오히려 콜금리 죽였다

콜금리목표제가 오히려 콜금리 죽였다

강종구 기자
2007.07.20 12:35

RP금리로 전환..콜금리 시장성 회복 기대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콜금리에서 RP금리로 전환하기로 한 것은 지난 99년 콜금리목표제 시행 이후 콜금리의 시장기능이 오히려 상실되고 통화정책의 유효성도 크게 떨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콜금리는 은행 등 금융기관간 자금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시장금리`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1일물 콜금리를 정책금리로 정하고 나서는 시장 수급상황을 반영해 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 시장성 상실한 콜금리..금리와 수급이 반대

실제로 올해 4~5월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1일물 콜금리는 한국은행이 정한 목표수준(현행 4.75%)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한국은행이 금리수준을 엄격하게 관리해 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국가와 달리 은행 등 지준의무가 있는 예금취급기관 외에 자산운용사, 증권사, 여신전문기관 등 기타 금융기관은 물론 비금융 기관까지 콜시장 참가기관이 확대되면서 국내 콜시장이 지준시장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태생적인 한계도 지니고 있었다.

신용도가 서로 다른 금융기관이 한 시장에 몰려 있다 보니 콜금리의 자원배분 기능도 사라졌다. 신용도가 높은 은행의 자금수요가 높을 때는 오히려 콜금리가 하락하고, 은행의 지준사정이 풍족해 증권사나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영업자금 조달이 더 많을 때는 금리가 상승하는 현상이 고질화됐다.

특히 한은이 관리할 필요가 없는 외국은행 국내지점이나 비은행 금융기관의 영업자금 수요까지 한은이 충족시켜주는 현상도 벌어졌다. 외은지점 등이 대규모로 콜자금을 차입, 금리가 상승할 경우 한은은 콜금리 급등을 막기 위해 자금을 공급할 수 밖에 없었다.

◆ 시장성 상실한 콜금리..금리와 수급이 반대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은의 통화관리 능력은 크게 저하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은행의 의지와 관계업이 시중에 자금수요가 커지면 콜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자동적으로 본원통화를 풀 수 밖에 없었던 것. 이에 따라 최근에는 시중 통화증가율(예:M2)에 비해 본원통화 증가율이 급격히 높아져, 콜금리 인상이라는 긴축카드를 꺼내 든 한국은행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단기금융시장 발전도 저해됐다. 금융기관들은 필요한 단기자금을 한은이 관리하는 1일물 콜로 대부분 조달했다. 말이 콜시장이지 2일 이상 기일물은 없고 1일물 콜만 범람하는 상황이 됐다.

또 1일물 콜시장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서 금융기관간 RP시장은 갈수록 위축됐다. 이에 따라 콜금리→단기금리→장기시장금리로 이어지는 통화정책 파급경로 역시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

성상경 한은 정책기획국 차장은 "콜금리목표제 운영과정에서 콜금리가 단기자금 수급사정과 관계없이 목표수준에서 거의 고정되는 등 콜금리 시장성이 크게 제약됐다"며 "콜금리가 고정되면서 기일물 단기금융시장도 발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RP금리목표제로 전환할 경우 콜금리의 가격기능이 높아져 단기자금 수급, 통화정책 의도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것"이라며 "자금수급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정책 시그널을 보내기도 용이해 진다"고 덧붙였다.

◆ 콜시장과 RP시장 동반 발전 기대

RP금리목표제로 전환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콜시장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한은은 기대하고 있다. 우선 한은이 콜금리를 관리하지 않게 되면서 콜금리가 시장의 수급을 반영해 살아 움직이게 되고, 콜금리의 변화는 새로운 정보가 돼서 장기금리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기일물 콜거래와 금융기관간 RP시장 활성화도 크게 기대하는 효과다. 그동안은 콜거래 대부분이 한은 관리대상인 1일물에 집중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각 콜시장 참가기관이 자금용도와 비용에 따라 다양한 기일물을 수요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콜금리 변동성이 커지면 과거와는 달리 콜자금을 조달 또는 운용할 경우 위험이 증가할 수 밖에 없고 금융기관들은 상대적으로 금리변동 위험이 낮은 RP 등 기일물 시장을 찾게 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금융기관간 RP거래가 활성화 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콜시장이 은행 등 지준의무가 있는 금융기관 중심으로 재편되고, 그 외 기관들은 RP시장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 경우 주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콜시장은 은행들의 지준시장, RP시장은 금융기관들의 단기자금 조절시장으로 정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은행은 RP금리목표제 외에 은행채에 대한 지급준비금 부과 등 지준제도 개선 필요성도 느끼고 있으나 이번 개선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지준제도 변경을 위해서는 한국은행법 개정 등 법률적 문제가 남아 있고 은행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 있어 장기과제로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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