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가니스탄 무장저항세력 탈레반이 23명의 한국인 인질과 수감자를 맞교환하자고 요구하면서 이번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탈레반 수감자와 한국인 인질 23명의 교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미국의 기본 방침은 테러세력과의 타협은 없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3월 아프간의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탈리아 기자와 탈레반 수감자 5명을 맞교환하자 강하게 비난했다.
아프간 정부 역시 탈레반 수감자들을 풀어주는 데 신중하다. 압둘 칼리크 아프간 내무부 차관은 "국익과 헌법에 어긋나는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이 요구하는 석방자 명단에는 어렵게 생포한 고위급 포로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이들을 풀어줄 경우 아프간의 상황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도 아프간이나 미국 측에 인질과 포로 맞교환을 적극 요구할 수 없는 난처한 입장이다. 또 정부 차원에서 탈레반과 직접 협상에 나섰다간 테러단체와의 협상하는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된다. 한마디로 딜레마에 빠졌다.
결국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아프간의 카르자이 정권은 대표적인 미국의 꼭두각시 정권이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 이후 아프간을 전격 침공해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고 친미인사인 카르자이를 대통령으로 하는 정권을 출범시켰다.
지금까지 미국은 이번 사건을 애써 모른 체하고 있다. 어떤 공식성명도 내지 않고, 이번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는 언론도 없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들의 질문에 겨우 "납치된 한국인들은 무고한 시민이며 즉각 석방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았다.
이번 과제는 결국 한미간 긴밀한 외교로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에게 뒷돈을 주든 포로를 석방하든 미국과의 교감이 우선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기자와 인질을 맞바꾼 데 대해 미국 정부가 표면상 비난했지만, 이면에는 미국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