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토요일 오후 홍콩 구룡반도에 있는 샹그릴라 호텔. 돋보기 안경을 쓴 할머니 한 둘이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40~50대 아저씨, 아기 엄마, 20대 아가씨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줄지어 몰려든다. 600석 홀은 어느새 꽉 찼다.
홍콩 맥쿼리증권이 마련한 주식워런트증권(ELW)증권 투자설명회다. 회갑연이나 대학축제에서나 볼 법한 전문MC까지 동원돼 'TV 쇼' 열기를 방불케 한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설명회에서 기념품만 챙겨 먼저 나가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교육이 끝나자 앞다퉈 질문하기 바쁘다.
"내 주식자산의 위험을 헤지하려면 어떤 ELW로 투자하면 되죠?" 60대 할머니의 질문이 투자 전문가 수준이다. 신문은 물론 TV 방송에서조차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홍콩인들에게 ELW는 친근한 상품이다.
홍콩 맥쿼리증권의 키이스 챈 ELW 마케팅 담당자는 "일반인들도 이미 ELW의 위험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ELW 광고나 TV 프로그램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이 ELW 천국이 되기까지는 19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투자'가 필요했다. 바로 '교육'이다. 증권사들은 정기적으로 설명회를 열고 언론에서는 'ELW로 대박났다더라'는 식의 기사가 아닌, 교육용 뉴스를 꾸준히 보도해왔다.
이제 겨우 2년 된 한국 ELW 시장은 어떤가. 짧은 기간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ELW가 '어렵고 복잡해서 개인은 도저히 돈을 벌 수 없는' 고위험 상품 취급을 받는다.
ELW 시장에 뛰어든 증권사가 크게 늘었지만 투자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고작 한두군데 정도다. 관(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규제를 하지 않으면 민원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규제를)풀 수 없다"는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은 시장을 이해하기는 커녕 귀찮으니 알려고도 하지 않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ELW가 한국시장에서 투자상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이제 증권업계와 관련 기관, 언론이 손잡고 투자자 교육에 나설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