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CEO와 실적 지상주의

[기자수첩]CEO와 실적 지상주의

김지산 기자
2008.01.22 09:30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실적이다. 눈 앞에 숫자가 펼쳐지면 그제서야 그 기업의 대략적인 스케치가 가능해진다.

마치 미끼를 물은 붕어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눈으로 보기 전까지 고수가 아니면 쉽사리 가늠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이런 경우도 실적(숫자)는 중요하다. 기업이 새로 사업에 진출할 때, 왜 진출하려는지, 어떤 효과가 기대되는지 등에서 전달하려는 내용의 골자는 숫자가 말해준다.

숫자로 대변되는 정보전달 체계에서 기업 CEO들은 상당한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 자신의 성적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생계와도 직접 관련이 있어 더욱 그렇다.

얼마전신세계(414,500원 ▲12,500 +3.11%)백화점 기자간담회에서 일이다. 백화점 부문 석강 대표가 2010년까지 신세계 백화점 부문 매출을 5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말 기준 연간 2조9000억원의 매출에 머물렀던 신세계 백화점이 4년만에 5조원이라니!

설명이 뒤따랐다. 패션 명품 1번지 강남점이 8000억원, 리모델링 효과가 나타나는 본점에서 5000억원, 대박 기대감의 센텀시티점 9000억원, 경방필백화점이 추가되는 영등포점 5000억원 등등.

석강 대표의 설명은 사실 예상 실적이 아니라 목표에 가까웠다. CEO로서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결의에 찬 출사표 효과도 있었을 것 같다.

기자간담회 다음날, 구학서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전날 상황에 대해 머리속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실적 예상치는 논의를 다시 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구 부회장은 설명했다.

다만 1등 백화점의 기준이 실적으로만 평가되는 건 아니라는 부연이 이어졌다. 전 점포가 이익을 내고 고객들이 높은 수준의 만족도를 갖게 되면 그게 진정한 1등이라고도 했다.

5조원 매출을 달성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1등 백화점의 기준이, 그에 따른 자부심이 실적이라는 숫자로 나타나야 한다는 CEO의 조바심에 인간적인 연민이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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