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제동기술'우리 손에 달렸다"

"'꿈의 제동기술'우리 손에 달렸다"

아르예플로그(스웨덴)=이진우 기자
2008.02.26 12:00

[르포]스웨덴 모비스 동계시험장…車통합제어시스템 개발 산실

시속 80km의 속도로 눈길을 질주하던 승용차의 핸들을 한쪽으로 갑자기 돌리자 바퀴가 갈팡질팡하며 중심을 잡지 못하더니 순식간에 차량의 앞뒤가 바뀌어 버렸다. 방금전까지 정면을 향하고 있던 운전석은 어느새 하얀 눈보라를 차창에 온통 뒤짚어 쓴 채 뒤를 바라보고 있다.

아마도 뒤를 따르거나, 중앙선 넘어 반대편에서 오는 차가 있는 보통의 도로상황이었다면 황천길을 면치 못했을 아찔한 순간이다. 이 곳은 그러나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500km 떨어져 있는 아르예플로그에 위치한현대모비스(409,000원 ▲31,000 +8.2%)의 동계시험장이다.

방금 전 상황은 제대로 된 제동장치를 갖추지 못했을 경우 얼마나 위험이 큰 지를 보여주기 위한 비교시승의 일환이었을 뿐이다. 곧바로 현대모비스가 자체개발 중인 '통합제어 시스템'을 적용한 차량을 통해 같은 실험을 하자 신기하게도 차는 거의 미끄러지지 않고 중심을 잡는다.

이 곳 동계시험장은 말 그대로 끝없이 펼쳐진 얼음호수다. 주위는 온통 눈과 얼음 뿐, 오가는 인적도 차량도 없다. 게다가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이하까지 떨어지는 강추위가 이 거대한 얼음호수를 더욱 얼어붙게 만든다.

하지만 스웨덴 북쪽 오지에 자리 잡은 이 춥고 쓸쓸한 얼음호수 위에는 각종 첨단 제동장치를 실제상황에서 테스트 하기 위한 열기가 매우 뜨겁다. 벤츠와 BMW 등 전세계 30여개 업체가 이 지역 일대를 동계시험장으로 활용하면서 전문가들을 잇따라 파견하고 있다.

취재진이 찾은 지난 25일(현지시간)에도 저 멀리 또다른 얼음호수 한켠에서 델파이社가 제동장치 실험을 벌이고 있는 장면이 보였다. 아울러 이곳 동계시험장으로 향하는 도로 곳곳에는 전세계 유명 자동차업체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안내를 맡은 현대모비스 동계테스트 센터장 이승호 수석연구원(사진)은 “이곳은 한겨울에 영하 30도를 오르내리고 얼음도 50cm 이상되는데다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어 최적의 동계시험장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도 유럽 선진기술을 배우기 쉽고 협력을 강화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 이곳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이 곳 동계시험장은 크게 랜드트랙(Land Track)과 호수트랙(Lake Track)으로 이뤄져 있다. 쉽게 말해 일반 노면과 얼음길이라고 보면 된다.

랜드트랙에는 구동력제어시스템(TCS) 시험을 위한 등판로, ABS와 ESC(차량자세제어장치)의 미끌림(Split) 시험을 위한 비대칭로, 시가지와 같은 블록을 설치해 놓고 주행 및 제동 성능에 관한 성능을 복합적으로 시험하는 ‘시가로’ 등이 갖춰져 있다. 이 곳에서는 실제 도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제동장치 실험이 매일 반복된다.

호수트랙도 △ABS 직선로’ △ESC 범용 시험로 △핸들링 코스 트랙, △선회 시험을 위한 서클 트랙 등을 갖춰 놓고 빙판길과 눈길, 커브길, 언덕길 등 미끄러운 길에서의 차량 안전과 관련된대한 종합 테스트가 한꺼번에 벌어진다.

현대모비스는 특히 2006년부터 자체 양산중인 전동식 조향장치(MDPS), 제네시스에 공급중인 에어서스펜션, 첨단 에어백 기술 등을 결합한 ‘섀시통합제어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 곳에 설치된 다양한 트랙들과 뛰어난 기술진들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이 수석연구원은 "통합제어시스템은 2009년말쯤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 곳에선 현대기아차 외에 외국차를 대상으로 한 시스템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현대모비스는 앞으로의 '새로운 30년'을 내다보며 강도 높은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꿈의 제동기술'을 개발하면서 글로벌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 곳 동계시험장은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변화와 혁신을 앞장서 이끌고 있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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