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계, 온몸으로 통한다

인간과 기계, 온몸으로 통한다

김희정 기자
2008.06.19 10:30

[창간기획] 촉감, 동작 등 오감으로 확대…소통 한계에 도전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보인 '테이블 PC'는 키보드와 마우스가 따로 필요 없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보인 '테이블 PC'는 키보드와 마우스가 따로 필요 없다.

# 20대 직장인 나애리씨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송치 백을 검색 중이다. 송치 특유의 질감을 느껴보고 모니터에 손가락을 대 몇초만에 결제를 마쳤다. 오후 박물관 견학 일정에 맞추려면 서둘러야 한다. 목적지까지는 운전대 앞창에 투영된 3D 입체 지도가 실제 거리와 오버랩되면서 길을 안내해줬다. 가상체험 박물관에선 조선 백자의 부드러운 선을 손끝으로 느껴봤다.

견학 후엔 최신 유행하는 '아이바'를 찾았다. 멀티 터치스크린으로 메뉴를 조회하고 가격대 별로 와인 리스트와 향기까지 검색했다. 부킹 메시지가 떴다. 오늘은 메신저로 악수만. 애완로봇 해피에게 밥을 줄 시간이다. 헬스장에 가는 대신 v스포츠(visual sports, 레저 스포츠+비디오 게임)로 운동을 대신해야겠다.

상당수는 이미 현실화된 IT 환경의 단면이다. IT기기와 사람과의 간극이 좁혀지고 있다. 기존에 사람과 사물의 연결통로가 시각과 청각에 전적으로 의지했다면 이젠 촉감과 후각 등 오감을 향하고 있다. 인터페이스의 진화는 상호작용형(interactive) 커뮤니케이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IT기술의 진화가 야기할 미래사회의 모습을 그린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 주인공 톰 크루즈가 물리적 형체가 없는 PC를 조작하고 있다.
▲IT기술의 진화가 야기할 미래사회의 모습을 그린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 주인공 톰 크루즈가 물리적 형체가 없는 PC를 조작하고 있다.

◇인터페이스, 소통의 한계에 도전

인터페이스(interface)란 사물 간 또는 사물과 인간 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물리적, 가상적 매개체를 의미한다.

인텔의 래트너 CTO는 "앞으로 5년간 헬스케어 및 비주얼 컴퓨팅 등에서 놀라운 변화가 예상된다.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선택한 기기로 풍부한 무선 인터넷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모바일 인터넷 기능이 실제로 사용되려면 사용환경이 편해야 한다. 인터페이스가 보다 직관적으로 변해 사용 편의성이 높아지지 않으면 슈퍼컴퓨터급 기기도 무용지물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IT업체들은 인터페이스 연구에 촉각을 모으고 있다.

인텔이 선보인 스피치 인터페이스(speech interface)가 대표적 사례다. 스피치 인터페이스는 음성 명령으로 모바일 기기를 대형TV와 연결시키고, 사진을 공유하는 식이다. 스피치 인터페이스가 일반화되면 키보드나 마우스는 박물관의 유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계 미국인 제프 한이 발표한 멀티터치스크린. 마이크로소프트의 타블릿 PC보다 혁신적인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제프 한이 발표한 멀티터치스크린. 마이크로소프트의 타블릿 PC보다 혁신적인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인 제프 한은 그의 벤처 '퍼셉티브 픽셀(Perceptive Pixel)'을 멀티 터치 스크린을 발표해 일찌감치 키보드와 마우스의 퇴장을 현실화했다. 애플의 아이팟 멀티터치가 사진의 줌 인/아웃을 자유자재로 하는 수준이라면, 멀티터치스크린은 기존의 컴퓨터를 대체하는 수준이다.

향후 비주얼 컴퓨팅 성능이 향상되면, 눈의 역할을 하는 카메라와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이 장착된 미래형 자동차도 상상 속의 일만은 아니다.

◇글로벌 IT업체들, '인터페이스 전쟁'

혁신적 인터페이스는 IT 생활환경과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꾼다. 이 때문에 글로벌 IT업체들은 차세대 인터페이스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 인텔의 인류학자 그룹은 제품개발 초기 현장에서 사용자를 관찰하는 민족지학(ethnography)적 조사단계를 거친다. 조사 결과가 사용자가 원하는 경험과 맞지 않으면, 제품 출하 자체를 취소하기도 한다.

애플의 '아이폰'이 혁신을 이끈 후 휴대폰 제조사들간 인터페이스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이다. 아이폰은 풀 터치스크린을 장착해 출시 1년 만에 400만대가 넘게 팔렸다.

노키아는 최근 터치 UI(user interface)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UIQ테크놀로지의 지분 50%를 인수했다. 도코모는 지난 3월 소프트뱅크모바일의 '82IT'가 자사의 '라쿠라쿠폰' UI를 모방했다며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소프트뱅크모바일 손정의 사장도 "설명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UI를 만들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햅틱폰
▲삼성전자의 햅틱폰

삼성전자는 인공촉감을 이용해 실제 버튼을 누르는 느낌을 구현한 '햅틱폰'으로 올해 UI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햅틱기술은 향후 자동차나 항공기 등의 시뮬레이터, 가상 환자를 수술하는 의료용 시뮬레이터, 환자용 재활훈련기기 등에 적용될 수 있어 관련 연구가 한창이다.

◇IT 인터페이스, 인간의 옷을 입다

아이폰과 함께 인터페이스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다른 예는 닌텐도의 게임기 '위'(Wii)다. 위는 기존의 조이스틱 대신 동작을 인식하는 진동 리모콘을 통해 테니스 라켓을 직접 휘두르는 등 체감형 게임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사실 동작인식기능은 기술적으로 새로울 것이 없다.

▲닌텐도의 동작인식게임 '위'(Wii)는 기존의 조이스틱 대신 리모콘을 들고 직접 휘두를 수 있게 고안하는 등 독특한 인터페이스로 세계 게임업계에 혁신을 몰고 왔다.
▲닌텐도의 동작인식게임 '위'(Wii)는 기존의 조이스틱 대신 리모콘을 들고 직접 휘두를 수 있게 고안하는 등 독특한 인터페이스로 세계 게임업계에 혁신을 몰고 왔다.

하지만 위는 사람들이 실제 테니스를 할 때의 환경과 가장 유사한 직관적 조작법을 선보인 덕에 2006년말 출시 이후 2000만장 넘게 팔렸다. 더불어 방에서 혼자 즐겼던 게임을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도구로 변모시켰다.

차가운 금속성 기기에 오감이 더해지면서 IT기기와 사람 간의 정서적 거리도 좁혀지고 있다. 게임기나 휴대폰을 비롯한 모바일 인터넷 기기의 대중화는 그 시작일 뿐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감성표현 로봇 '포미'(POMI)는 텡귄 모양으로 눈썹, 눈꺼풀, 눈동자, 입술 등의 얼굴 구성요소를 움직여 시각적 감성을 표현한다. 두 가지 다른 향을 내서 상반된 의사표현을 할 수 있고 사람의 호출에 답할 수 있는 음성인식기술도 탑재돼있다.

전문가들은 IT기기 간 융합에 속도가 붙을수록, 인터페이스는 보다 인간의 실제 생활과 밀접하게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최병삼 연구원은 "인터페이스를 비롯한 사용자 편의성 이슈는 단순히 제품을 개선하는 차원이 아니라 제품 혁신의 방향성까지 결정한다"며 "전자 제품을 맨손이나 간단한 도구만으로 조작하게 되면 향후 벽면, 욕실, 공공장소 등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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