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서 저평가주 매수는 正道… 평가손실 부담느끼지 말아야
연기금이 25일 장초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11시15분 현재 3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조심스러운 행보다.
9월 들어 코스피지수가 장중 1300선대까지 급락하는 동안 '증시의 백기사'로 나선 연기금은 최근 곳곳의 질타에 눈치보기식 횡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특히 연기금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은 일부 국회의원과 언론에 집중적인 질타를 받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국민연금은 주식투자에서 6조697억원의 손실(수익률 -14.43%)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에서 4조9806억 원(-14.39%), 해외에서 1조891억 원(-14.61%)의 평가손실을 낸 셈이다.
사학연금이나 군인연금도 미국 신용위기 광풍 와중에서 최근 평가손을 면치 못했다. 최근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이 각 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학연금은 올들어 8월까지 주식 부문에서 2674억 원(-20.4%), 군인연금은 40억 원(-19.22%)의 평가손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연금도 이 기간 1990억 원(-23.8%)의 손실을 본 것으로 분석됐다.
의원들이 연기금의 안정성을 우려하며 국민의 노후자금에 대한 안정성 확보 주장은 일면 공감할만하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할 필요도 있다.
올해초 증시 급락기에 7월말까지 코스피지수 하락률이 -15.94%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주식투자손실률 -14.39%는 코스피지수 하락률에 비해 낫다.
코스피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다면 투자손실률이 지수하락률에 못미쳐 운용에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미국발 신용위기 공포에 휘말린 9월 이후 본격적으로 증시에 뛰어든 연기금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집중매수해 지수의 안전판 역할을 했다.
9월 들어 지난 24일까지 3819억원을 순매수한삼성전자(193,100원 ▲6,900 +3.71%)는 9.30%의 평가이익을 내고 있다.현대중공업(371,500원 ▼3,500 -0.93%)(1413억원 순매수)과LG디스플레이(10,950원 ▲90 +0.83%)(891억원 순매수)는 각각 9월 들어 16.5%와 10.5%의 평가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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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95,700원 ▼900 -0.93%)(711억원 순매수ㆍ수익률 20.2%)과현대건설(151,900원 ▲800 +0.53%)(375억원ㆍ수익률 25.2%),현대제철(34,150원 ▼100 -0.29%)(374억원ㆍ20.4%)은 20%가 넘는 수익률을 달성했다.
저평가된 주식을 사들이며 수익을 내는 동시에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도 충분한 일이다.
연기금이 단기 수익률을 노리고 단타매매에 집중하는 기관이 아니라면 글로벌 증시 하락기에서 수익률 저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증권가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식투자에 대해 못마땅한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주가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주만 집중적으로 투자해 형평성을 잃고 증시의 볼모 노릇만 한다는 비판이다. 또다른 목소리는 리스크가 큰 증시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어 손실을 입으면 국민의 노후자금을 훼손할 것이라는 비난도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백기사를 자처한 데 대한 찬사도 만만치 않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이사는 "연기금은 장기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자금이기 때문에 하락장에서 저평가된 주식을 싸게 사서 장기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자산운용사의 임원급 인사도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이 예정된 자금 여력 안에서 움직인다면 비난할 이유가 없다"며 "급락장에서 연기금의 매수는 시장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실제 투자에 비해 큰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물론 연기금의 장기계획은 무시한 채 즉흥적으로 내뱉는 연기금 고위직의 발언은 부적절한 측면도 있다.
연기금의 대장격인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중기 자산배분계획을 세우면서 2012년까지 국내외 주식투자 비중을 30%로 높이기로 했다. 이 계획만으로도 국민연금은 향후 4년간 주식에 80조원의 추가 투자가 가능하다.
이같은 중기계획을 도외시한 채 '국민연금 주식시장 40조원 추가투자' 등 심심찮게 나오는 발언은 오히려 증시안정을 훼손하고 국민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7월말 현재 전체 자산(228조8925억 원)의 17.7%를 주식, 78.6%를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아직은 주식비중이 낮은 셈이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올해말까지 추가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7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파악된다.
연기금은 9월 들어 지난 24일까지 2조8745억원을 순매수하며 올들어 최대 매수를 기록중이다. 계획없는 무모한 투자는 금물이지만 어차피 집행 여력이 있다면 소신있게 증시 상황을 판단, 외부의 목소리에 주눅들지 않는 투자에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증시가 연기금이 잣대로 삼은 지수대를 상당폭 웃돌면 매수세를 조정하면 된다. 그러나 아직은 예상한 지수대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여기면 눈치보기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소신껏 '사자'에 나서는 편도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