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한 경제-카스테라]
원/달러 환율이 10년만에 최고치로 뛰어오르고 은행권은 '달러 고갈' 사태를 맞으며 '제2 외환위기' 우려마저 불거지는 요즘. 우리나라의 외환당국을 이끌고 있는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환율 방어에 전력을 쏟고 있는 최 국장의 하루를 그의 시각에서 재구성해본다.
오전 7시. 어제까지 국정감사로 시달려서인지 피로감이 더하다. 집을 나서며 확인해보니 간밤에 뉴욕 주식시장이 또 다시 폭락했다. 뉴욕 시장이 꺼졌으니 우리 주식시장도 마찬가지겠지. 그럼 당연히 환율은 또 오를테고. 오늘도 전쟁같은 하루가 될 것 같다. 미국과 유럽이 금리를 내리면 조금은 나아지려나.
오전 8시.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접견 테이블에 놓인 단말기로 달러/유로, 엔/달러 환율부터 확인했다. 달러화가 약세다. 얄궂게도 우리나라 원화는 달러화가 약세일 때 더 약해진다. 환율이 오른다는 얘기다. 오늘도 상황이 좋지 않다. 강만수 장관에게도 그렇게 보고했다.
오전 9시. 과장들과 회의를 마친 뒤 환율 개장 시황을 확인했다. 예상대로 환율이 상승 출발했다. 1400원선은 막아야 할텐데. 외환시장을 맡고 있는 손병두 외화자금과장에게 시장을 주시하라고 당부했다. 오늘도 개입이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이 걱정이다. 이번달말 2300억달러대는 유지해야 할텐데. 지난주 두통 때문에 병원까지 다녀왔는데, 다시 머리가 지끈거린다.
오전 10시30분. 수첩과 자료를 챙겨들고 국제금융과를 직접 찾아가 보고를 받았다. 유럽이 심상치 않다. 아이슬랜드가 국가부도로 가면 국제금융시장 상황이 더욱 나빠질까 걱정이다. 곧장 외화자금과로 건너가 환율을 체크했다. 전날보다 30원 넘게 올라 1360원대다.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해외펀드들의 역헤지 수요가 환율 급등에 주된 원인으로 파악됐다.
정오. 밖에서 점심을 먹을 처지가 안 된다. 구내식당에서 대충 떼우기로 했다. 마침 외화자금과 직원들도 구내식당에 와있었다. 이런 시절에 외환당국으로 와서 고생하는 후배들을 보니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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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다우존스에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계 은행에 '지급불능'(Insolvency) 징후가 있다고 평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피치사에 확인해보니 '지급불능'이란 표현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상황을 파악해서 대응을 해야 할 것 같다. 이런 날 외신까지 애를 먹인다.
오후 3시. 환율 1395원으로 장이 끝났다. 1400원선은 막았지만, 10년만에 최고치다. 장관 집무실로 올라가 상황을 보고했다. 다우존스 보도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장관이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설명하라고 한다. 브리핑 시간은 오후 4시10분으로 잡았다.
오후 4시20분. 장관 집무실에서 회의가 늦어져 브리핑을 10분 미뤘다. 겉옷도 못 걸치고 서둘러 나와 1층 기자실로 내려갔다. 해외펀드 역헤지 수요가 줄어들면 환율이 급락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이번 경고가 시장에서 제대로 먹혀야 할텐데. 피치사와 다우존스의 엇갈린 주장을 놓고 기자들과 논쟁이 벌어졌다. 골치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
오후 5시. 이제 내일 전투를 준비해야 한다. 또 과장들이 나를 찾는다. 어쩌다 요즘 같은 때 국제금융국장을 맡았나 싶다. 오늘밤 뉴욕시장이 살아나주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