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개인신용등급 구간의 하나를 나타내는 '서브프라임'이 아주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서브프라임이라는 용어는 이제 중·고생 논술시험은 물론 초등학생 대화에도 등장한다.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한 금융사태는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 한번 터지면 500억달러, 5000억달러 등 가히 상상 이상이다. 그러다보니 여간한 단위의 금액은 '돈 같지도' 않고, 거대한 단위의 금융사태가 친숙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경제학자로 살아오면서 그렇게 많은 악재가 그렇게 짧은 시간에 동시 다발하는 경우를 경험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경제주체들의 위기에 대한 인식이 안일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대규모 구제금융과 우리 정부의 외화유동성 공급 발표 이후 국내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정제되지 않은 낙관론이 고개를 든다. 악재가 난무하는 지금이 바로 위기라고 인식한 후 대내외 불안요인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면서 잠재적인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다.
서브프라임은 마치 감기바이러스처럼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글로벌 실물 및 금융자산의 가치를 전면적으로 재조정하고 있다. 나아가 유동성 충격(Liquidity Shock)으로 우리 경제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즉, 체내에서 피가 흐르지 못하는 것처럼 돈이 있어도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날고 기는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한방에 보내버린 외화유동성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사족에 불과할 것이다.
국내 자본시장은 해외자본의 편입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근본적으로 외부충격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이러한 면에서 안전성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양질의 해외자본을 유인하는 동시에 단기 투기성 자본의 비중을 낮춰가는 전략적 해외자본 관리방안이 검토될 시기라고 본다. 동시에 국내·해외자본에 차별적인 세제 적용, 외환관련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는 기준 마련 등 잠재 불안요인에 대한 제도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경제주체들의 현금보유 성향이 강해져 소비나 생산투자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 및 금융기관의 유동성 관리가 표면화하는 등 '불쾌한' 징후들이 자금시장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채권 발행이나 차입을 통한 중장기 외화조달이 거의 중단된 상태로 단기 외화차입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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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여준 발빠른 대응은 달라진 위기대처 능력을 보는 것같아 그나마 위안이 된다.
근원적으로 외화유동성 충격은 원화유동성 문제로 직결돼 금리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주택산업은 가계·건설·금융산업 등과 구조적으로 맞물려 있어 일단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면 관련 산업 전반에 걸쳐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외환·통화·환율정책 등 정책수단 간의 유기적인 조율을 통한 시장안정뿐만 아니라 관련 금융기관의 강력한 자구노력(외화자산 매각, 사업축소 등)을 유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