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보험 등 잇단 환매 요청…4분기 실적 만족할 수준
코스피지수가 17일 오전 전저점도 내준 채 장중 한때 4% 가까운 하락률을 나타냈다. 미국 다우지수가 4% 이상 반등했고, 일본 닛케이지수도 1% 이상 오르는 등 주요증시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청개구리'를 자처하는 모습이다.
하락배경에는 기관이 있다. 기관은 이날 오전 11시15분 현재 3005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증시 약세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자산운용사(투신)가 앞장서 매도세를 강화하면서 하락을 부추기는 상태다.
투신은 1630억원을 순매도하며 가뜩이나 불안한 심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투신이 급속도로 팔자에 나선 배경은 무얼까.
이에 대해 자산운용업계의 대다수 임원급 관계자들은 "기관자금의 환매가 본격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연기금이나 보험, 대기업 등 투신에 자금을 맡긴 돈주인들이 펀드를 팔아달라는 요청이 넘치고 있다는 말이다.
한 자산운용업계의 주식운용본부장은 "우리쪽(자산운용사)에서 '팔자'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다"며 "국민연금이나 기업 등에서 맡긴 아웃소싱 자금이 손절매를 감수하고서라도 '팔아달라'는 요청에 팔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또다른 자산운용사의 간부는 "아웃소싱 주체들인 기업이나 연기금, 보험사 등에서 개장 직후 코스피가 반등하자 '팔아달라'는 요청이 잇따랐다"면서 "투신 입장에서는 '팔아달라'는 고객의 요청을 뿌리칠 재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간부는 "투신사에 거액을 맡긴 큰 손들이 운용할 돈이 없어서 투신에 환매를 요청하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전날 코스피와 글로벌 증시의 대폭락을 보면서 일단 현금을 확보하자는 차원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신에 돈을 맡긴 큰손들의 환매요청이 본격화됐다는 것은 향후 개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 1000선 붕괴론'까지 이야기하는 마당에 투신에 위탁한 자금의 탈출러시가 가속화되면 개인들의 공모펀드까지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치권에서 국정감사 기간에 의원 개인의 인기를 앞세워 앞뒤 재지않고 국민연금 등 기관의 증시투자에 매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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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일부 매체도 증시가 급락하자 '물만난 고기'처럼 증시폭락을 반가워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함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기금 등을 포함한 기관들도 뭇매를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금융시장의 붕괴에 발을 담그는 듯 하다.
LIG투자증권에 따르면 4분기 코스피시장 상장 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하기는 해도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정광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200 기업 가운데 12월 결산법인의 컨센서스 가능한 기업 154개의 기업이익을 분석한 결과 올해 영업이익은 6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며 "4분기 이익이 빠른 속도로 하향조정중이지만 글로벌 실물침체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6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은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이익이 나빠지기는 해도 '머리를 쓰다듬을 수준'에는 도달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같은 점을 알고 있지만 큰 손들은 투신에 맡긴 자금을 빼내가고 있다. 이는 그만큼 외부환경에서 불안을 부추기는 잇단 소리와 최악까지 치달을 수도 있다는 불안심리에 좌우되는 탓이 크다.
'안된다..안된다'를 마음 속에 새기면 진짜 일이 안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다같이 죽는 '몰락'을 선택할 것인지, 그래도 살아남는 '공생'을 택할 것인지 큰 손들은 곰곰히 생각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