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본계약 앞두고 '배수진'… "계약 깨지면 산은도 손해"
한화그룹이 본계약 체결 예정일(29일)을 사흘 앞두고 새 카드를 내밀었다. 대우조선해양의 매매대금 지급 조건 완화와 실사 후 본계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양해각서(MOU) 대로 계약했을 경우 자금마련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의 재무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특히 산업은행과의 물밑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한화, 한화석유화학, 한화건설 등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참여한 계열 3개사가 긴급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결의한 것은 산업은행측에 부담감을 주면서 동시에 여론을 환기시키는 이중의 포석을 담고 있다.
만약 이 같은 요구를 산업은행이 거부하면 한화로서도 본계약 체결을 포기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한화로서는 배수진을 치고 산업은행에 마지막 카드를 내밀었기 때문에 이제 공은 산업은행으로 넘어간 셈이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26일 "물건 가격이 계약 때보다 싸졌다면 깎아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사는 쪽의 자산가치가 반토막이 됐으면 파는 쪽도 이를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 산은 입장만 생각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최대 목적이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면 한화의 매매대금 지급조건을 완화해주는 것이 산은에게도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계약이 깨져 재입찰에 들어갈 경우 한화가 써낸 금액을 산은이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자산 가격 하락으로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시가총액이 3조원 안팎으로 줄었고 산은 지분 51%도 1조5000억원 밖에 안돼 한화가 계약을 포기할 경우 300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산은이 챙겨도 1조80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 따라서 한화의 제시금액 6조원을 받는 게 낫다는 논리다.
한화 관계자는 "가격을 무작정 깎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불방법을 협상해서 바꾸자는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한화가 인수하는 게 공적자금의 회수라는 목적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가 기대하는 최선의 방법은 절반을 잔금납부시한인 내년 3월말까지 내고 나머지 금액을 3~5년에 나눠서 내는 것이다. 무리하게 높은 금융비용을 물거나 헐값에 자산 또는 계열사를 팔기 보다는 금융시장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기회를 달라는 요청이다.
한화가 특히 '실사 후 본계약을 하겠다'는 요구를 하고 나선 것은 더 이상 산업은행의 이해를 봐 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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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당초 본계약일은 29일이 아니었지만 갑자기 MOU 체결을 앞두고 산은이 연말 BIS비율 운운하면서 반강제적으로 못 박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한화는 산은의 처지를 이해하고 산은의 본계약 일정에 맞춘 만큼 산은 역시 한화의 입장을 고려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산은은 산은대로 조건을 완화해 줄 경우 자칫 "한화의 편의를 봐줬다"는 특혜 시비가 나올 수 있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화의 이날 이사회 결의는 결국 원칙론만 강조한 채 완강히 버티고 있는 산업은행의 결단을 촉구하는 제스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