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침묵은 '금'이다

정부, 침묵은 '금'이다

이승우 기자
2009.01.19 14:09

[thebell note]

이 기사는 01월16일(09:16)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 달 24일 정부 외환당국자가 기자실을 찾았다. 작년 한해 국제 금융시장과 외환 관련 이슈들이 워낙 많아 기자실 방문이 잦았던 탓에 대부분이 시큰둥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솔깃한 이야기가 나왔다. 연말 환율 관리를 위해 공기업들과 금융회사들에게 달러 매수 자제를 부탁했다는 것.

기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보도금지)로 하느냐 아니면 엠바고(일정 기간 보도 금지)를 거느냐 등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이런 설명회를 왜 하지'라는 뜨악한 반응이 나왔다. 외환시장에서는 정부의 연말 환율 종가 관리가 공공연한 사실이었는데 왜 전 언론을 상대로 이 사실을 알리려고 했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다.

결국 미네르바 사태의 결정적 계기가 되며 온 나라를 들쑤셔 놓은 결과가 되기도 했다.

금융회사와 기업들의 외화 자산·부채 관리, 크게는 우리 경제 전체를 위해 환율 종가 관리는 필요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전 언론에 알릴 필요는 없었다. 외환시장에서 조용히 작업(?)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 않아도 될 말은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외화채권 발행 과정에서도 나왔다. 이번에는 전국민이 대상이었다.

지난 3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영방송인 KBS에 출연해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1월중 각각 10억달러씩 해외차입에 나서 수출입업체에 자금을 충분히 공급하도록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얼핏 들으면 좋게 들린다. 부족한 외화를 국책은행들이 나가서 조달해 온다고 하니 우리 금융시장이 더욱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 발행 당사자와 글로벌 투자자들은 크게 놀랐다. 발행 규모와 시기 등은 발행자와 투자자간 중요한 협상 대상인데 발행자(수은·산은)를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정책당국의 수장이 미리 이 정보를 만천하에 알렸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은 투자자에게 '수(手)' 하나를 읽힌 채 딜(Deal)을 진행했다. 아직 발행 과정을 밟고 있는 산은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다.

이익을 봤지만 투자자들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그들은 "말 해주지 않아도 될 것까지 다 이야기하는 한국 정부가 너무 친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년말 정부가 외평채 발행에 실패하자대신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을 총알받이로 만들어 버린 꼴"이라고 비꼬았다.

#투명성도 좋다. 그러나 정책 당국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금융시장과 국가 경제의어떤 곳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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