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란 것을 시작한 것이 1983 년이니 올 해로 26 년이 되었다. 1986 년에 시작된 대세상승장도 보았고 1997 년의 수퍼 약세장도 겪었다. 그러다가 다가온 1998 년 하반기의 엄청난 강세장은 매수했다가 약간만 오르면 팔고 또 오르면 따라가서 조금 먹고 파는 식으로 사실상 쳐다만 보았다.
선물거래가 생긴 초기에는 깡통이 난 적도 있고 반대로 엄청 벌었다가 그 많은 돈을 고스란히 반납했던 적도 있다.
아무튼 그리고 어쨌든 필자는 우리 증시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이라 스스로 자부한다.
사실 필자는 나름 상당한 高手(고수)이다. 증권 채널에서 여러 강사들이 나와 하는 말들도 열심히 듣는 편이다. 배우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말을 듣다보면 웃을 때가 더 많다.
특히 이런 말을 들을 때면 그렇다.
“리스크는 극소화하고 수익은 극대화해야 한다”는 말.
리스크를 극소화하려면 베팅을 하지 말아야 한다. 베팅을 하지 않으면 결코 수익이 나지 않는다.
실로 앞뒤가 맞지 않는 거짓말인데, 그것을 말로 듣다보면 어느새 그럴 싸 하게 들리니 말이란 것 자체가 지닌 일종의 ‘마력’이라 하겠다.
증시에서의 투자란 사실 알고 보면 남의 돈을 앗아먹는 것을 본질로 한다. 남의 돈을 앗으려면 내 돈도 빼앗길 수 있는 것이다. 선물과 같은 파생 게임만이 제로썸 게임이 아니라, 모든 투자는 제로썸이다.
증시가 계속 오르면 제로썸이 아니지 않냐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그야말로 증시를 모르는 말씀.
26 년간 주식을 하면서 실로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잃고 떠나게 된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벌었을 것이다. 과연 누가 벌었을까?
가장 많이 벌어들인 자는 정부. 세금으로 착실하게 뜯어간다. 정부는 도박에 있어서 ‘하우스’ 주인과도 같다. 그래서 정부는 증시를 장려하고 때로는 부양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많이 번 자는 증시관련 기업들. 수수료 수입으로 직원들 월급도 주고 기업주들도 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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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많이 번 자는 증시에서 활동하는 직업인들이다. 그 돈으로 생활을 하니 많이 벌고 있는 셈이다.
몇 년 전부터는 증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은행들도 펀드 판매를 통해 재미를 보다가 요즘 혼줄이 나고 있다. 은행들은 주식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한 탓에 너무 과감하게 펀드를 팔았던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아저씨가 대기업 임원을 하다가 퇴직을 해서 받은 수억원의 퇴직금을 은행에 예금하고자 했다. 그런데 심부름을 한 아내가 은행에 갔다가 그만 펀드권유를 받고 펀드에 가입했다.
은행원 말이 아주머니, 정신 나간 말씀 하지 마시지요, 아니 요즘 세상에 정기예금을 하다니 펀드에 드셔야죠 하고 강력하게 얘기하는 바람에 그랬던 것이다.
얼마 전 정기예금을 한 것으로 알던 아저씨가 요즘 MMF가 더 낫다는 말을 듣고 아내더러 은행에 가서 갈아타라고 얘기를 하자, 그간 속을 졸이던 아내는 울면서 실토를 했다.
아저씨는 은행에 쳐들어가 난리를 부리다가 어쩔 수 없음을 알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실화이다.
돌아와서 얘기지만, 주식으로 돈을 벌어 멋있게 떠난 사람을 필자는 아직 보지 못했다.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고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잃고 떠난 자도 결국 돈을 마련해서 다시 돌아온다. 그 사이에 돈만 마련한 것이 아니고, 기술도 더 연마해서 온다.
그렇다!
증시란 것 역시 한 번 맛을 들이면 결코 떠나지 못하는 마력을 지녔다. 그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증시는 사악한 것이니 없애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래서 가슴에 손을 얹고 증시가 없는 세상이 좋니 증시가 있는 세상이 좋니 하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필자는 증시가 있는 세상이 훨씬 좋다는 답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이 공산주의가 지배할 지라도 증시만 있다면 관계 없다는 답까지 얻었다.
담배가 그렇게 해롭다면 국가에서 아예 판매를 금지할 일이지, 왜 팔게 하면서 금연하자고 저 생쑈를 할까 하는 차원을 넘어 증시 있는 세상이 필자는 훨씬 좋다고 느낀다.
밤에 미국 증시가 너무 신경 쓰여도 스트레스지만, 아홉 시 개장 시간에 지수가 얼마로 출발하느냐 하는 궁금증으로 하여 필자는 눈을 뜬다.
돈을 벌고 안 벌고를 떠나서 증시는 한번 맛을 들인 투자자들에 있어 살아가게 하는 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