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대졸초임 삭감 방안 왜?

경제계, 대졸초임 삭감 방안 왜?

오동희, 진상현 기자
2009.02.25 16:17

당초 올해 채용계획 전년비 43.6%↓… 임금보다 일자리 나누기로

"올초 국내 주요 기업들의 채용계획을 조사했지만 발표하지 못했습니다."(전경련 관계자)

삼성전자(181,200원 ▲2,600 +1.46%),현대자동차(499,000원 ▼7,000 -1.38%),LG전자(117,200원 ▼4,200 -3.46%),포스코(375,500원 ▼7,500 -1.96%)등 국내 주요 400대 기업의 2009년 채용 계획을 조사하던 전국경제인연합회 노사정책팀은 주요 그룹의 올 채용계획을 보고 심각해졌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신입사원 채용규모가 43.6% 줄어들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공개하지 못한 설문에 따르면 조사에 답한 296개사 중 채용계획을 수립한 곳이 149개사(50.3%)에 불과했다. 나머지 147개 기업(49.7%)은 글로벌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채용계획조차 잡지 못한 상황이었다.

조사팀을 더욱 곤혹스럽게 했던 결과는 '채용 계획을 수립했다'고 답한 149개사의 올해 채용규모였다. 149개사의 지난해 채용규모가 2만 1685명인데 비해 올해 채용계획은 43.6% 줄어든 1만 2234명에 불과했던 것.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규모가 전년에 비해 절반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결과였다는 게 조사팀의 설명이다.

전경련은 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했다. 결과 발표 후 일어날 혼란 때문이었다. 반기업 정서 확산에 대한 우려도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조사결과 발표 대신 재계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경련은 대책반을 꾸리고 30대 인사담당 임원들과 3차례 회의를 열어 방안을 모색했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채용이 절반수준으로 줄어들 경우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로 힘들어 하는 국민들 사이에 반기업 정서가 급격히 확산될 우려도 있다고 판단해 임금은 줄이더라도 일자리를 지키자는 취지를 기업들에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25일 30대 그룹 인사담당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고용안정을 위한 경제계 대책회의'에서 주요 기업들은 대졸초임을 최대 28%까지 줄이는 방안에 도달했다.

재계 리더인 삼성과 LG그룹이 5~15%의 초임을 줄여 고용을 늘리는 '일자리 나누기'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먼저 내놨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날 수요 사장단협의회 회의 후 브리핑에서 "평균적으로 대졸신입사원 초임을 10~15% 삭감하는 것을 검토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각 계열사마다 사정에 따라 삭감률은 달라질 것이라며 대졸 초임 삭감 이후 기존 직원에 대한 임금 줄이기도 노사협의회를 통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에 이어 LG그룹도 "신규 채용하는 대졸신입사원의 초임을 5~15% 줄이기로 했다"고 일자리 나누기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밖에 현대·기아차나 금호아시아나 그룹 등 다른 기업들도 이번 일자리 나누기 방안에 대해 큰 틀에서 동의하고 이해를 같이 한다는 입장과 함께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나섰다.

국내 30대 그룹이 임금을 줄이는 대신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의지를 적극 피력함에 따라 잡셰어링이 경제계 전체로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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