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사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신용등급 'A'급 회사채를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 생기면 누가 책임지나요."
한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가 한 말이다. 자신은 이 채권에 절대 투자하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권했다고 귀띔했다. 채권업에 종사한 직원마저 회사채 투자를 기피하는 것이 최근 신용 채권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이란 이유로 돌리기엔 부족하다.
기업이 부도나 원리금을 갚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보다 문제가 터져도 회사채 투자자들이 손 쓸 방법이 사실상 거의 없다는 것이 회사채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더 큰 이유가 아닌가한다. 합병, 영업양수도, 워크아웃 등 기업에 중대한 일이 있을때마다 말썽이 빚어진다.
2년전 동부그룹이 동부일렉트로닉스와 동부한농을 합병할 당시 동부한농 회사채권자들의 이익이 외면당했다. 당시 동부한농의 회사채를 갖고 있던 투자자들은 합병후 신용등급이 떨어져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 질 것을 우려해 담보 등을 수차례 요구했다. 결국 동부그룹이 받아 들여 줬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진땀을 빼야 했다.
지난해 말 금호렌터카 회사채 투자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원리금 상환을 요구하며 법적대응에 나선 배경도 비슷하다. 지난해 10월말 금호렌터카는 대한통운에 핵심사업인 렌터카사업을 넘기는 영업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그과정에서 이 회사 채권자들은 자기 의사를 반영하지도 못했고 원리금 상환 여부를 묻는 투자자들의 기본적인 요구조차 금호측으로부터 무시당했다. 상법상 영업 양수도 계약의 경우 주주와 달리 사채권자(社債權者)에겐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
회사채 투자자보호는 정책관심권 밖이다. 정부는 회사채 금리만 내리는데 관심을 쏟고 있다. 한 채권 관계자는 "유동성의 힘으로 일시적으로 회사채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겠지만 정작 회사채를 매수해 금리를 내려가게 할 투자자를 안심시키지 않고선, 백약이 무효하다"고 충고했다.
어느 한 투자자는 이렇게 말했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펀드투자자는 보호한다고 요란을 떠는데 왜 같은 유가증권의 하나인 회사채 투자자 보호는 아무 소리가 없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