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업이었던 한 통신사는 변화와 혁신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TV 광고에 청바지를 입은 기업가를 등장시켰다. 목에 맨 넥타이가 직원들의 창의력 마저 졸라매지 않도록 금요일을 '청바지 데이'로 지정한 참신한 기업도 있다.
만우절인 4월 1일 평소 점잖은 정장차림의 신사들로 들끓던 런던 금융가 중심가 시티에서는 넥타이 부대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만우절 농담이 아니다. 금융인들이 캐주얼 차림으로 출근을 했기 때문이다. '화이트 칼라'의 상징인 금융인들이 단체로 청바지를 입은 모습은 안타깝게도 앞서 언급한 '참신함'과는 거리가 멀다.
평상복 차림의 목적은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를 맞아 런던 시내에 모여든 반세계화 시위대들 때문이다. 여느 때 같으면 회의장과 다국적 기업에 향했을 시위대의 분노가 이번에는 세계의 부를 앗아간 금융 위기의 원흉이자 몰염치 보너스 잔치를 벌인 금융인들에게 모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시위대들은 그들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살아있는 표본, 금융가들에게 분노를 분출했다. 이 와중에 '청바지 위장'을 철저히 한 금융인들이 시위대와 구별이 안돼 각 회사마다 건물 입구에서 신분을 확인하고 검문검색을 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특히 파산상태에 몰려 정부 지원을 받았지만 최고 경영자였던 프레드 굿윈 전 CEO는 거액의 연금을 챙긴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은 1차 공격 목표가 됐다. 시위대가 건물의 유리창을 깨고 난입해 집기가 파손됐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1명이 사망하고 87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평상시라면 폭력 사태에 대해 여론의 지탄이 퍼부어졌겠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담담하다. 오히려 자신들의 감정을 대변했다는듯 홀가분함마저 보인다.
그동안 도박장처럼 시장을 움직였던 금융가들은 조용히 피해자인양 정부의 구제자금을 받아가더니, 임금 보너스를 줄이려하자 우수한 인력이 빠져나갈 거라며 큰 소리로 불만을 터뜨린다. 투자와 시장예측 실패에 대한 반성은 어디에도 없다.
시위대의 분노가 무서워 하루 아침에 금융업계의 출근복이 '혁신'됐지만, 여전히 그들 자신은 정부의 규제 강화에 불만을 품으며 냉랭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관펀드 등 정부가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마련한 정책의 수혜자이면서도 고맙거나 미안한 내색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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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에 참석한 한 대학생은 저지하는 경찰에게 "이들(은행가들)을 보호할 가치가 있느냐"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