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벌써 제살길 찾는 은행들

[기자수첩]벌써 제살길 찾는 은행들

이새누리 기자
2009.04.16 08:34

"외환위기 때와 비교하면 구조조정 속도가 더딥니다. 은행장들이 전면으로 나와줘야 합니다." 최근 만난 금융지주사 고위관계자가 던진 '고언'(苦言)이다.

금융권 내부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최근 금융시장 안정을 근거로 급부상한 경기회복론을 경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은행들은 급등하던 연체율이 떨어지면서 올 1분기에 흑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 추세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기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가계대출에서 추가 부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흑자 전망에 대한 시선도 그리 곱지 않다. 대손충당금을 어느 정도 쌓느냐에 따라 흑자 여부나 흑자 폭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출 가운데 미래 부실을 가늠해 미리 손실로 잡아놓는 충당금은 은행의 경영전략과 맞닿아있다. 행장이 얼마나 보수적으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워크아웃 대상 기업 대출에 적용하는 충당금 적립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

실물경제가 그리 호전되지도 않았는데도 은행이 자기 살 궁리만 하고 있다는 비난여론도 여전하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이겨 대출금리를 내렸지만 실질적인 인하효과가 미미해 곧바로 '빛 좋은 개살구'란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시중은행은 내부금리라는 명목으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8%까지 매겼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이지만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크게 낮추지 않고 있다. 한번 정해진 가산금리는 CD금리가 올라도 상환 때까지 계속 적용돼 경기가 좋아지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자들은 고금리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한동안 조였던 주택담보대출도 풀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듯하다. 지난해 4분기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낸 은행들로선 수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겠지만 금융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예정된 2분기는 은행에 고비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분기별 회계장부에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위험을 제대로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금융지주사 관계자의 말에 귀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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