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언제쯤 'IMF 컴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IMF의 주도권을 놓고 선진국과 신흥국들이 기싸움을 벌이는 동안 한국의 존재감은 소액주주의 그것에 머무르고 있다.
워싱턴에서 25일 개막한 IMF의 연차총회는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민간기업의 주주총회처럼 열기가 뜨거웠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위상이 더 강화될 IMF에서 자신들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선진국과 신흥국들의 기싸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최대주주인 미국이 마음대로 주무르고 미국의 우호세력인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에게 휘둘려왔던 IMF는 신흥국과 선진국의 기싸움이 벌어진 상황을 틈 타 재정독립을 꾀하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총재는 이번 연차총회에서 IMF의 64년 역사상 최초로 직접 채권발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회원국들의 분담금에 의존해왔던 IMF의 재정독립 의지는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강국들의 지지를 얻어 현실화되고 있다.
발행채권은 달러가 아니라 중국이 '새 기축통화'로 밀고있는 특별인출권(SDR)으로 표시되고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국들이 적극적으로 매입 의사를 밝히고 있다. IMF의 선진국과 달러 의존도가 낮아질 거란 예상이 가능한 부분이다.
'금융위기 해결사' IMF에 영향력을 키우면 세계 금융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주요 20개국(G20)들이 IMF에서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이유다.
그러나 여기서 한국은 보이지 않는다. 경영참여는 엄두도 못 내는 소액주주처럼 존재감이 미약하다. 다른 나라는 지배대상으로 생각하는 IMF를 한국은 과거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기피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가 높아질 당시 IMF가 자금 지원을 제의하자 정부는 격렬히 거부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사전 예방 차원의 '선의적 제안' 있었음에도 불구, '아픈 IMF의 기억'으로 인해 지레 제 발 저린 오해였다.
지난 22일 IMF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종전 4.2%에서 1.5%로 하향조정하자 정부는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발끈하면서 의미를 축소하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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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를 대단치 않은 존재로 치부하거나 거리를 두려는 정부의 이 같은 반응은 오히려 그만큼 'IMF 컴플렉스'가 크다는 걸 드러낸다. 신흥국들을 일률적인 잣대로 비교한 평범한 기사에 '한국 때리기'라며 과민 반응하는 것만큼이나 속이 좁아 보인다.
정부는 IMF가 발표하는 숫자를 신경 쓰고 위상을 깎아내리려 애쓰기보다 세계 금융질서의 주도권을 쥔 국제기관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키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