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자자 중심, 유럽 외면..담보부 사채 논란
이 기사는 05월28일(09:10)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달초 국민은행은 국제금융시장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을 일으켰다.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주인공이 된 것이다.
국민은행의 커버드본드 발행은 금융업계에서 '대단한 도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이후 본고장인 유럽에서조차 커버드본드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커버드본드에 대한 수요를 장담할 수 없는 미국시장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1년여의 준비 끝에 결국 성공했다.
그러나 최초의 커버드본드 발행은 적지 않은 숙제도 남겼다. 대부분 커버드본드와 달리 신용등급이 AA로 한 단계 낮았다. 유럽지역 투자자들의 호응을 일으키는데 실패했다. 커버드본드로 보기엔 미흡하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커버드본드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은행들은 커버드본드법 제정이 된 이후에나 발행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국민銀 커버드본드, 담보부사채 논란
국민은행의 커버드본드 발행 추진이 외부에 공개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해 9월 자산유동화회사인 '케이비커버드본드제일차유동화'를 설립하면서다. 국민은행은 자산유동화 목적을 "커버드본드에 대한 커버풀(Cover Pool) 제공 목적"으로 명시했다.
마침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이 국제금융시장을 강타해 극도의 신용경색 현상이 확산될 때였다. 결국 몇 차례 연기를 거듭하는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야 이달초 발행에 성공했다.
*출처 :국제금융센터
그런데 해외투자은행(IB)들과 일부 국내 전문가들은 커버드본드보다는 담보부사채에 더 가깝다고 평가했다. 국민은행도 커버드본드보다는 '보증(Guarantee)'이라는 점을 투자자에게 더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S&P의 피터 이스트함 구조화금융팀 아시아헤드는 더벨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국민은행의 커버드본드는 현행법에 근거해 설계된 것"이라며 "근거가 되는 두 개 법률(자산유동화법과 신탁법) 중 어느 것도 커버드본드 발행을 명확하게 지지하지는 못 한다"고 설명했다.
근거법이 없어 커버드본드의 가장 큰 특성인 이중청구권(Dual Recourse)에 대한 보장이 명확치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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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채권이 커버드본드임을 지지하는 근거는 2001년7월13일에 나온 대법원판례이다. 이를 토대로 법무법인과 금융감독당국은 신탁자산에 대해서는 국민은행이 파산하더라도 파산재단이 구성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기존 판례를 뒤집힌다면 국민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커버드본드로 볼 수 있는 근거도 사라진다. 신용평가사들과 전문가들은 이점을 우려했다.
◇ Cover PooL 편입 자산, 현금흐름 5년만 인정
국민은행 커버드본드는 새로운 구조가 아니었다 .영국은 2008년3월 커버드본드법이입법되기 전 국민은행과 같은 구조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은행은 유한책임회사(LLP)에 담보자산을 양도하고 LLP는 은행으로부터 후순위대출을 받아 자산 양수대금을 지급한다. 은행은 채권을 발행하고 LLP는 양수한 자산을 기초로 지급보증을 제공해 커버드본드 발행을 완성시켰다.
국민은행의 커버드본드 발행도 비슷하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해외에서 주택저당증권(RMBS)를 발행했을 때 사용하는 이중 특수목적회사(Dual SPC)를 세우고 '자산 신탁', SPC가 발행한 채권이 국민은행이 발행하는 선순위 무담보채권을 보증하는 형태로 설계돼 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하지만 큰 차이점이 있었다. 국민은행은 채권 발행액의 무려 4배에 달하는 40억달러의 담보를 제공해야 했다. 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카드매출채권을 포함해 커버풀을 구성했다. 신용평가사로부터 5년간의 현금흐름만을 인정받다보니 대규모 자산이 필요했다. 법적 근거 미비에 따른 투자자보호 문제도 작용했다.
발행금리의 수준과 투자자 구성도 논란을 유발했다. 커버드본드 발행 금리는 미국국채 금리에 550bp를 가산한 수준으로 선순위 무담보 채권과 별 차이가 없었다. 앞서 4월 기업은행이 발행한 10억달러 5년만기 공모채권 발행금리의 가산금리가 556bp였다. 투자자 구성에서도 아시아투자자가 56%인 반면 유럽은 17%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 커버드본드법이 없기 때문에 국민은행이 불이익을 받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법 제정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시중은행 구조화금융담당자는 "커버드본드보다는 RMBS를 발행하거나 외화조달목적이라면 선순위 무담보채권을 발행하는 편이 더 유리해 보인다"며 "커버드본드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발행 추진을 미룰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