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경기회복과 유가의 달리기 시합

[개장전]경기회복과 유가의 달리기 시합

김진형 기자
2009.06.15 08:06

거시지표 영향력 확대..당분간 '대형주 집중' 권고

시장은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한국은행조차 '경기 하강은 멈췄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경기가 얼마나 빠르게, 또는 지속적으로 회복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시점이다. 빠른 회복은 고사하고 완만하게 회복되지 못하고 다시 한 번 꺾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의 경기 판단도 바로 이런 점이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하강은 끝났다'고 밝혔지만 '상반기 경기회복이 과감한 정책 결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이후 경제활동이 계속 호전될 것이라고 자신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문제는 경기의 회복 지속에 대한 확신도 없는 상황에서 유동성 회수 가능성이라는 불확실성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이 총재는 "당분간은 통화 완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유동성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정책변경은 상황 변화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통화 완화정책의 역기능(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음을 부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향후 몇 개월간의 '거시지표 움직임'과 '유가'가 매우 중요해 질 수밖에 없다. 거시지표가 지속적으로 개선된다면 통화당국이 유동성을 조이기 시작해도 시장에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 경기회복과 나타나는 정책 변화는 시장이 감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거시지표의 개선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그 속도다.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 만큼 시장의 눈높이는 높아진 상태다. 현재의 주가 수준은 이미 경기회복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잘해야 본전'일 뿐이기 때문이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제지표 자체가 지난번보다 개선되었어도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투자자들은 오히려 실망하게 되고, 이러한 실망감이 주식시장에 투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회복 과정에서 주의할 대목은 유가다. 유가는 물가와 직결되는 이슈다. 한은 총재도 "유가 상승, 집값 상승세 등으로 물가가 이전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며 "최근 몇 달 동안 물가 안정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많았지만, 유가 상승 등으로 앞으로 물가 걱정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유가 상승은 경기회복의 징후이기도 하지만 최근의 모습에는 '과잉 유동성의 비용' 측면도 강하다.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인한 가격 상승과 이와 상관없이 돌아다니는 유동성의 유입에 따른 가격 상승이 맞물려 있다는 얘기다. 유가가 최근과 같은 속도로 상승한다면 통화당국은 경기가 불확실하다고 하더라도 통화 완화 정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올 수 있다.

결국 '경기회복'과 '자산가격 상승'의 달리기 시합에서 어느 쪽의 속도가 더 빠를지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이유가 될 것이다. 물론 이는 중장기적인 이슈가 될 것이기 때문에 당장 하루하루 종목을 찾는 투자자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그동안 옆으로 제쳐뒀던 거시지표들에 대한 관심을 다시 높여야 할 시점임은 분명하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각종 거시지표들이 발표된다. 지난주에는 미국의 소비 급락세가 다소 진정된 것으로 나타났고 중국은 내수로 인해 성장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중국의 수출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것에서 나타나듯이 중국의 경기 회복이 글로벌 수요 회복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점도 드러났다.

이번주에는 국내 수출입물가, 미국의 경기선행지수, 산업생산, 제조업지수 등이 발표된다. 지난달 증가세를 보였던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이번 달에도 상승한다면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여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산업생산이 회복되지 못한다면 선행지수 반등의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한편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투자 대상 종목을 압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대형주 중심으로 대응하라고 강조했다. 실적 시즌이 다가오면서 대형주, 특히 IT 업종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고 외국인들의 매수세도 대형주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닥 수준까지 감소한 매수차익잔고로 인해 프로그램이 매수로 전환할 경우 대형주들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도 대형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대형주 중심의 강세가 지속된다면 그동안 1430선을 고점으로 박스권을 형성해 오던 지수 움직임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단기적으로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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