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서비스가 '펀드판매사 이동제' 낳았다

불량 서비스가 '펀드판매사 이동제' 낳았다

박재범 기자
2009.06.24 14:47

#얼마 전 A은행에서 펀드에 가입했던 홍길동씨가 은행을 찾았다. 새로 이사한 집 근처엔 A은행 지점이 없어 불편했던 터라 펀드 계좌를 바꾸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현 제도 상에선 불가능했다. 판매회사를 변경하려면 환매 한 뒤 재가입절차를 밟아야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은행 직원의 차가운 반응이었다. "환매를 하시던가 맘대로 하세요"라는 말에 기분이 상했다. 펀드를 팔 때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홍씨는 금융감독원에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했다.

금감원엔 비슷한 민원성 전화가 빗발쳤다. 당국은 부랴부랴 들여다봤다. 펀드를 팔기만 할 뿐 사후 서비스는 뒷전인 판매회사의 행태가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24일 내놓은 게 '판매회사 이동제도'다. 4분기부터는 최소한의 계좌 이관 비용 1만원 정도만 내면 판매사 이동이 자유로워진다. 예컨대 A은행에서 펀드를 가입했더라도 B은행 계좌로 바꿔 탈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이나 증권사 입장은 편치 않다. 당장 기존 고객들의 이탈을 걱정해야 한다. 또 기존 고객들을 놓치지 않기 위한 '서비스'도 고민해야 한다. 반면 투자자로선 '지금과 다른' 서비스를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속으로 미소를 짓는 일부 은행이나 증권사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판매에 강점을 가진 판매사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곳들은 반기는 분위기"라며 "서비스 질에 따라 판매사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판매 수수료까지 건드렸다. 수수료가 높다는 게 출발점이 아니라 서비스 개선 방안을 찾다보니 자연스레 수수료 손질까지 이어졌다는 얘기다.

국내 펀드의 판매 수수료는 약 1% 수준. 동일 상품이면 어디서 팔건 수수료가 똑같다. 그러다보니 판매회사별로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

하지만 7월부터는 달라진다. 판매사별로 수수료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은행이나 증권사별로 공시하는 펀드 수수료를 보고 선택할 수 있다.

당국의 기대도 크다. 공격적 마케팅을 기획하는 판매사를 중심으로 판매수수료가 없는 '노로드 펀드'(no load fund)가 나올 수도 있다. 이뿐 아니라 판매회사별 수수료 차등화가 정착되면 적립식이냐 거취식이냐, 초기 판매 금액이 얼마냐에 따라 판매 수수료를 다르게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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