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지금 안바뀌면 죽습니다"

"KT는 지금 안바뀌면 죽습니다"

대담=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겸 문화기획부장 정리=송정렬 기자
2009.08.11 09:21

[머투초대석]이석채 KT 회장 "과거에 머무는 KT는 침몰"

KT가 변하려고 한다. 아니, 이미 상당히 많이 변했다.

민영화 이후 8년동안 공기업 구태를 벗지 못하던 KT가 단 6개월만에 변할 수 있는데는 이석채 KT 회장의 '힘'이 가장 컸다. '이대로 가면 KT는 침몰한다.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죽는다'는 이 회장의 간절함이 직원들에게 통한 것일까. 급격한 변화에 어지럼증을 느끼며 저항했던 직원들은 하나둘씩 이 회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이 회장은 그런 직원들의 마음을 한데모아 '제대로 된 민영기업, KT'를 만들어보기로 작정하고 있다.

유선상품 통합브랜드 '쿡'(QOOK)에 이어, 최고의 감탄사를 표현한 '올레'(olleh)를 기업브랜드로 내놓은 KT. 내부 조직의 변화를 기업 성장의 밑거름으로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는 이석채 회장을 만나봤다. 이 회장을 만나기로 한 날은 때마침 KT 직원들이 모두 '올레 티셔츠 입는 날'이어서 그런지, 오가는 모든 직원들이 마치 유니폼처럼 올레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석채 회장 역시 다른 여느 직원들과 다름없이 흰색 올레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엔 생기가 넘쳐 흘렀다.

<b>【약력】△45년 성주 출생 △64년 서울 경복고 졸업 △68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69년 제7회 행정고시 합격 △84~88년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 △92~93년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1995년 재정경제원 차관 △1996년 정보통신부장관 △96∼97년 대통령 경제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2009년 1월~ KT 대표이사 회장 </b> 
ⓒ이명근 기자 qwe123@
<b>【약력】△45년 성주 출생 △64년 서울 경복고 졸업 △68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69년 제7회 행정고시 합격 △84~88년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 △92~93년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1995년 재정경제원 차관 △1996년 정보통신부장관 △96∼97년 대통령 경제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2009년 1월~ KT 대표이사 회장 </b> ⓒ이명근 기자 qwe123@

-지켜보는 사람이 벅찰만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바꾸시려는 것같다. 급하게 추진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통신시장은 말그대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유선과 무선,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고 있고, 이는 산업간 벽을 허물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KT가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틀을 바꿀 수밖에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KT가 아닌, 세계의 KT로 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는 필연입니다.

무엇보다 내부적으로 기업윤리와 원칙부터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경영혁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상사만 만족시키는 조직은 발전가능성이 없습니다. 모든 조직원들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움직여야 합니다. 기업 브랜드를 '올레'라고 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고객이 놀라 자빠질 정도로 감동을 드리는 KT가 되겠다는 일종의 '자기다짐'을 하는 셈입니다.

-비리직원 검찰고발 등 '클린경영'을 강도높게 펼치시는데, 평가는 엇갈립니다만.

▶KT는 한번 입사하면 퇴출이 안되는 조직입니다. 그만큼 편한 직장인거죠. 그러다보니, '적당주의'가 판치고, '복지부동'이 묻어있습니다. 주인없는 기업이다보니, 그런 게 가능했던 거죠. 적당히 일해도 근속연수만큼 호봉이 꼬박꼬박 올라가니 굳이 힘들여 일할 이유도 없죠. 이런 문화가 직원들의 윤리의식 부재로 나타나면서 '비리'가 곳곳에서 발생했던 겁니다.

비리가 적발된 직원에 대해 형사고발, 해임같은 중징계를 한 것도 일벌백계 차원입니다. 이로 인해 조직이 잠시 위축됐을지는 모르겠지만, 임직원들도 일시적 바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비리발생 소지를 차단하는 게 우선입니다. 이를 위해 윤리경영실과 구매절차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조직내 클린문화가 정착될 겁니다.

-구성원들 공감대가 없다면 변화는 성공하기 힘들 것같은데, 4만명에 달하는 구성원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계획이신지.

▶합병 직전 단체협상이 타결됐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호봉제를 연봉제로 바꾼 것입니다. 1년간의 성과를 토대로 승진심사하는 평가제도도 바꿨습니다. 앞으로는 승진시기만 바짝 일한다고 승진되기는 않을 겁니다. 이런 인사제도 개선에 대해 노조원의 98%가 찬성했다는 사실은 굉장히 의미가 큽니다. 바뀐 인사제도에 대한 직원들의 지지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KT의 변화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이명근 기자 qwe123@

-최근 중소협력사 상생방안을 내놓으셨는데, 이전의 상생방안과 다른 점이 있다면?

▶구글이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의 역량이 뛰어나서라기 보다 주변의 뛰어난 협력업체를 잘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협력사가 성공해야 KT도 성공할 수 있고, 이를 위해 KT는 정당한 대가를 줘야 합니다. 과거 상생방안과 이번이 다른 점이 있다면, 내용 자체가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라는 것입니다.

즉, 최저가 입찰방식을 없애고 품질과 가격을 종합평가하는 '종합평가입찰제'를 적용하고, 과당경쟁을 유발하는 최저가 외에 차순위 가격을 인정해주는 '일물복수가제' 도입을 들 수 있습니다. 6월부터 중소기업 대금은 모두 현금으로 결제하고 있습니다.

KT로선 부담스럽지만 상생을 위해 과감히 결단한 것이고, 이런 상생방안들이 하나둘씩 실현됐을 때 KT는 중소협력사와 동반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의구심으로 지켜봤던 중소협력사들도 KT의 이같은 일련의 조치가 단순히 구호가 아니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사업 핵심부서 자리에 외부인사를 과감히 기용한 것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외부인사를 줄줄이 영입하는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지금은 '개방' 시대입니다. 컨버전스 환경 역시 '개방'이 대세입니다. 이런 시장환경에 따라가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인사시스템으로 고객과 시장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과 글로벌 경험을 갖춘 사람들을 채용해왔고, 이들은 갇혀있던 KT조직을 변화시키는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렇다고 계속 외부인사만 영입할 수는 없습니다. 내부에서 인재를 키워야 하죠. 오래근무한 사람이 대우받는 게 아니라, 성과를 내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KT는 더이상 관리자가 필요없습니다. 실행하는 전략가와 사업가만 필요할 뿐입니다.

ⓒ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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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분기 3조5634억원의 매출액에 36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2012년 영업이익 목표를 2조6000억원으로 제시하셨습니다. 목표달성을 위한 전략은.

▶사실 유선전화(PSTN) 매출이 계속 감소하는 추세여서 결코 쉽게 달성할 목표는 아닙니다. 그러나 사업포토폴리오를 재편하고 경영인프라를 혁신한다면 불가능한 숫자도 아닙니다. 컨버전스에 기반한 '글로벌 ICT컨버전스 리더'가 되려면 그에 걸맞게 사업을 확장해야 합니다.

이동통신분야에선 엔터테인먼트, 전자상거래 등을 통합시켜 매출 10조원으로 끌어올릴 겁니다. 초고속인터넷 등을 주력으로 하는 홈고객부문은 `쿡돴을 중심으로 서비스통합을 꾀함으로써 7조원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입니다. 아울러 기업고객부문에선 인접영역으로 확장을 통해 4조원 달성목표를 세웠습니다. 앞으로 성장성 높은 신흥시장도 적극 진출할 예정입니다.

-오랜 공직생활을 거쳐 민간기업 사령탑을 맡으셨는데,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은.

▶KT에 와보니,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KT는 여전히 과거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대로라면, KT는 침몰밖에 길이 없어보였고, 변해야만 살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너무 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이런 변화는 시작일 뿐입니다. 변화가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으려면 경영방향과 전략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KT가 국내 IT산업의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소임을 다할 작정입니다.

◇홀로 상가찾는 소탈한 CEO

이석채 KT 대표이사 회장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이력도 화려하다.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행정고시 7회로 관계에 입문했고,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재정경제원 차관을 거쳐 96년 정보통신부 장관까지 역임했다. 97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화려함 끝에 시련도 있었다. 정통부 장관시절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특정업체를 도왔다는 혐의로 기소되는 사건을 계기로 10년간 야인생활을 해야 했다. 결국 이 사건은 무죄판결을 받아 개인적 명예는 회복했다.

이 회장이 야인생활을 접고 첫 걸음을 뗀 곳이 바로 KT다. CEO납품비리로 창사 후 최대 위기를 맞은 KT를 복원시키는 게 그의 첫 임무였던 셈이다. 10년간의 공백을 깨고 등장한 이 회장의 행보는 주위의 우려와 달리 거침없었다. KT의 한 임원은 "회의시간이 한눈을 팔거나 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만큼 집중력이 뛰어나고 빈틈이 없어 임원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조원을 육박하는 매출규모로 재계10대 기업반열에 오른 KT 사령탑이지만, 이 회장은 수행원없이 홀로 상가를 찾아 주변을 놀라게 하는 등 생활에서 소탈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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