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품에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

[기자수첩]제품에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

김경환 기자
2009.08.12 15:58

"한국차가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은 인정하지만 현대기아차가 세계 4위 자동차기업의 반열에 오른 것은 어부지리 아닌가?"

"에이! 현대기아차가 무슨 세계 4위야. 말도 안돼! 그래도 세계 4위라면 자동차 업계에 이정표를 세울 만한 상징적 모델은 하나 정도 있어야 하는데 현대차는 아직…"

최근 친구들과 저녁을 함께 하다 현대기아차그룹이 올 상반기 포드를 제치고 4위로 올랐다는 뉴스가 화제에 올랐다. 그 자리에서의 결론은 "판매 대수로 현대기아차가 세계 4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뭔가가 부족하다"였다. 친구들은 앞으로 한국차가 한계를 뛰어넘어 발전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초반 휴대폰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한 지인이 "노키아와 삼성전자의 차이점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노키아는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지배하는 난공불락의 요새였고 한국 업체들은 전세계 시장에 진출을 시도하는 단계였다.

그는 내가 머뭇거리자 "노키아는 '커넥팅 피플'(Connecting people·사람들을 연결한다)이란 철학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의 휴대폰은 '애니콜'이란 상표를 가진 이동식 전화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삼성전자도 이러한 문제점을 눈치 챘는지 이후 시장에서 놀라운 변화 능력을 보여줬다. 삼성전자는 휴대폰의 '즐거움'이란 감성 마케팅을 강화하며 놀이기구로써 '휴대폰'의 측면을 부각, 글로벌 시장에서 노키아와의 격차를 크게 줄이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사실 현대기아차가 4위로 올라선 것은 경제위기로 다른 메이저 업체들이 주춤거리는 사이 소형차 비중이 높아 비교적 타격을 덜 입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이전보다 개선된 신차 개발 능력도 한몫했다. 그러나 이 것 만으로는 왠지 부족한 느낌이다. 자동차는 이미 '탈 것'을 넘어선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 된지 오래다. '탈 것'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전세계 자동차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내몰렸다. 미국 '빅3'가 몰락의 길을 걸었고,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개발이 업계의 최고 화두로 떠올랐다.

이제 친환경 자동차 기술개발은 미래 자동차 업계가 살아 남아야기 위한 기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한국 자동차 업계가 '빅3'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고객들을 매료시킬 그 이상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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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경제부장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입니다. 치우치지 않고 사안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으로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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