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마마·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낯익은 이 문구는 20여년 전 대부분의 비디오에 삽입된 내용이었다. 불량, 불법 비디오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오늘날의 잣대를 들이대면 '불법 복제 근절' 캠페인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과거의 추억쯤으로 치부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씁쓸함을 남긴다.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던 '그것'이 20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 어느때보다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저작권 이야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23일부터 개정된 저작권법을 시행하고 있다. 불법 저작물을 상습적으로 올리는 사람들의 계정을 최대 6개월까지 정지시키고 해당 업체에도 불이익을 준다는 내용이 골자다. 주로 웹하드·P2P업체들이 대상이다.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되자 해당 업체들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금까지 암묵적으로 불법 저작물을 방치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던 웹하드·P2P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저작물 보호에 나섰다. 필터링 등 기술적인 분야의 노력도 선보였고, 저작권자와의 협의도 이어졌다.
그러나 아직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국민들의 인식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영화 등의 저작물은 공짜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얼마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 '해운대' 동영상 유출이 대표적인 예다.
해운대 동영상 유출은 지금까지 정부와 해당 업체들이 해왔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가 됐다. 강력한 규제와 지속적인 홍보 활동을 무색하게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운로드 시장을 양성화시키자는 이야기도 그 중의 하나다. 이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디지털 콘텐츠가 합법적으로 거래될 수 있는 사이트를 준비 중"이라며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다. 정부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나, 그 방향성에는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