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의 결단, 진로 재상장 '장밋빛'

두꺼비의 결단, 진로 재상장 '장밋빛'

원종태 기자
2009.09.29 08:31

재상장에 기관 투자자 관심 쏠려.."재상장후 기업가치 확실히 올리겠다"

지난 25일 영동고속도로 이천IC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진로 이천공장. 공장 1층 전시관을 들어서자마자 진로가 생산한 역대 소주제품 수십 병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각 술병의 라벨 변천모습에서 진로 소주 95년 전통을 읽을 수 있다.

특이하게도 일부 소주병에는 트레이드 마크인 두꺼비 대신 원숭이가 그려져 있다. 1924년 평안도에서 출발한 진로는 서북지역에서는 영물로 통하는 원숭이를 최초의 트레이드 마크로 써왔다. 원숭이는 꾀가 많고 술을 즐길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해서 서북 사람들은 복을 부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954년 서울 신길동으로 본사를 옮긴 진로는 고민에 빠진다. 평안도와 달리 서울에서는 원숭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평안도'라는 지역성을 벗어나 '전국' 소주로 거듭나려면 서울 공략이 필연적이어서 진로는 30년 트레이드 마크를 전격 교체하기로 한다. 원숭이 마크를 바꾸기로 한 것.

장생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믿음직한 이미지의 두꺼비 트레이드 마크는 그렇게 탄생했다. 서울 입성 1년만인 1955년 진로는 원숭이 시대를 접고 두꺼비 시대를 열었다.

◇진로 재상장 장밋빛 성공 가능할까=진로는 또 다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내달 19일 6년만에 증권거래소에 진로 주식을 재상장하는 것. 50여년 전 진로가 트레이드 마크를 원숭이에서 두꺼비로 바꾼 것처럼 진로는 이번 재상장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기업 가치를 확실히 뒤바꾸려 한다.

진로는 28일부터 이틀간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로 재상장 주식의 수요예측을 받는다. 수요예측이란 기관 투자자들이 재상장 주식을 얼마에, 어느 정도 물량으로 청약하겠다고 미리 밝히는 것으로 재상장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기관 투자자들이 수요예측에서 주식을 많이 받아가겠다고 제시해야 일반 투자자 주식 공모도 활기가 넘치며 재상장이 성공할 수 있다. 이번 재상장 주식 1440만주의 60%를 기관 투자자에게 배정하므로 기관의 의중이 관건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들은 진로 주식을 주당 4만5000원∼4만6000원에 대거 청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진로측이 밝힌 공모 희망가 범위(4만5000원∼5만원)내에 드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재상장이 장밋빛임을 방증한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4만5000원 정도면 진로와 투자자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가격"이라며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들이 재상장 물량 1440만주를 모두 받아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진로가 주당 희망가 하한선을 종전 5만4000원에서 4만5000원으로 낮춘 뒤 기관들의 관심이 부쩍 늘었다"며 "기관 및 개인 투자자 모두 청약률이 수대1은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재상장 이후 기업가치 끌어 올린다=이번 진로 재상장은 하이트-진로그룹의 풋백옵션 부담을 완전히 털어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각별하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지난 2005년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할 당시 인수 자금 일부를 댔던 교직원공제회와 군인공제회 등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풋백옵션을 제시했다.

내년 9월 이후 투자원금은 물론 그동안의 투자수익까지 감안한 행사가격(최소 6만400원 이상)으로 진로 주식을 되사주겠다는 옵션을 건 것. 주류업계는 이 풋백옵션이 행사되면 하이트-진로그룹은 1조원대 자금압박에 놓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재상장으로 하이트-진로그룹은 자금 부담을 크게 덜 전망이다. 재상장으로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했던 주식을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가 분산 보유하게 돼 하이트-진로그룹은 풋백옵션 행사가격과 공모가(4만5000원 예상)의 차액만 보전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아쉬움은 남는다. 만약 공모가가 풋백옵션 행사가격 수준까지 올랐다면 하이트-진로그룹은 차익 보전 부담마저 없앨 수 있었다.

그러나 하이트-진로그룹은 눈앞의 공모가 상승보다 더 앞을 내다보는 카드를 선택했다. 일단 차액 보전을 해줘 불확실성을 없앤 뒤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진로 관계자는 "이번 재상장은 공모가가 낮아 아쉬움이 남는 절반의 성공이다"며 "하지만 주식을 재상장 시킨 후 확실하게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보답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지에 대해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도 고개를 끄덕인다. 한 애널리스트는 "진로 예상 공모가를 4만5000원 수준으로 가정할 때 주가수익비율(PER)은 12.5배 안팎으로 상승여력은 충분하다"며 "소주 시장점유율 50%를 훨씬 넘는 진로의 저력을 감안하면 기업 가치를 빨리 끌어올릴 수 있고 수익률도 달라질 것"고 했다.

◇주주가치 제고 정책 여부도 관심=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진로는 재상장 이후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투자자 보호 장치를 집중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며 "비용절감과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전사적 노력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진로 영업활동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진로가 상장사가 된 만큼 시장점유율을 더 끌어올리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영을 펼칠 것"이라며 "프리미엄 소주 등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업계 1위 위치를 굳힐 것"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2011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영업 규제가 풀리는 만큼 진로와 하이트맥주의 영업조직이 통합해 비용절감과 영업력 강화 효과도 노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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