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취임후 첫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다. 13일부터 일본 중국 한국 3국을 차례로 방문하고 중간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17차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백악관은 9일간에 걸친 이번 순방의 가장 큰 목적이 아시아가 미국 시야의 핵심영역에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부시 전 행정부 시절 대테러전쟁을 내세워 유럽과 중동을 중시하는 일방주의 외교를 펼쳤다. 결과적으로 아시아는 미국 외교의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그사이 중국과 인도가 영향력을 키워 상대적으로 미국의 입지는 좁아졌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아시아에서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고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벤 로즈 국가안보회의(NSC) 공보담당 부보좌관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순방의 대전제는 미국이 태평양 국가로서 21세기 아시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 지역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면 오바마 대통령은 한· 중· 일이나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양자간, 또는 다자간 얽힌 매듭을 풀어야 한다.
3일간의 중국 방문은 이번 순방의 핵심이다. 위안화 환율 조정, 탄소배출권 설정 등에 대해 베이징의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하고 북한· 이란의 핵개발도 저지하자면 중국의 지지가 절대적이다.
이전 자민당 정부보다 미국에 배타적인 하토야마 정권이 들어선 일본과의 관계 개선도 풀어야 할 숙제이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논란으로 상징되는 미일 관계의 새로운 설정 문제도 현안이다. 최근 일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에서 하루 자고 중국에 3박4일 머문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미국의 중국 중시 정책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국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북핵 해결 방안이 주요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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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1개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이 모이는 APEC 정상회의에선 글로벌 임밸런스 해소를 위한 보호주의 타파와 자유 무역주의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국내 요인으로 인해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에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
일례로 미국내 최대 이슈인 일자리 보호를 위해서는 미국부터가 자국 산업보호에 나설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산 수입 타이어에 고관세를 물리는 등 중국과의 무역전쟁의 수위가 높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과의 FTA도 마찬가지다. 미국에는 한국 자동차가 FTA에 힘입어 더 싼 값에 미국시장을 파고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런데 한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FTA의 조속한 비준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밝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미철강노조연합의 레오 제러드 대표는 "오마바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아시아로 가는 다리가 아니라 미국 정부와 미국 노동자들을 이어줄 다리"라며 "더 이상 아시아 때문에 우리 일자리를 잃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날 거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하지만 첫 순방이라는 상징적 의미 자체만으로도 그 가치는 크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