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 하이닉스 주주協의 패착?

[오늘의포인트] 하이닉스 주주協의 패착?

김진형 기자
2009.11.17 11:20

블록세일 우려에 주가 당분간 고전 불가피

"동네 붕어빵 장사도 자기네 기계 이것보다는 잘 팔 것 같다."

하이닉스(1,636,000원 ▼18,000 -1.09%)반도체 주주협의회가 보유 지분의 블럭세일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대한 하이닉스 주가가 17일 급락하자 한 반도체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푸념이다.

주주협의회는 효성의 인수 철회로 1차 매각이 실패하자 지난 16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다음달 15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받기로 했다. 우선적으로는 채권단 보유 지분 28% 전량 매각을 추진하되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0~15% 등 일부 지분 매각 가능성도 열어 두기로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주주협의회는 2차 매각도 불발될 경우 보유지분의 블럭세일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이 소식에 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6% 이상 급락하며 1만8000원대 초반으로 밀렸다.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했던 수준이다. 효성의 인수 철회로 불확실성 하나가 사라졌다고 평가됐지만 또다른 불확실성이 생겨난 셈이다.

주주협의회 물량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오버행(물량부담) 이슈다. 한 애널리스트는 "펀더멘탈에 우선하는게 수급이라고 D램 가격이나 하이닉스 펀더멘탈이 아무리 좋아진다고 하면 뭐하냐"며 "이제는 업황이고 뭐고 상관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블럭세일은 통상 할인매각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지금 매각하고 그 때 물량을 받아도 되는데 지금 들고 있을 이유가 있겠느냐'는 얘기다. 실제로 이날 투신을 중심으로 하이닉스 매도 물량이 120만주 넘게 쏟아져 나고 있다.

다른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 주가가 빠지면 주주협의회가 회수할 수 있는 매각대금도 줄어들텐데 주주협의회가 왜 블럭세일 검토라는 사실을 미리 이야기한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물론 일부 애널리스트는 주주협의회의 고단수(?) 작전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1차 매각이 실패한 마당에 주가가 떨어지면 2차 매각시 인수 후보군의 부담을 줄여 줄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다. 또 설사 2차 매각이 불발되더라도 하이닉스의 펀더멘탈을 감안할 때 이 정도의 주가라면 크게 할인하지 않게 블럭세일이 가능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애널리스트도 "그런 생각도 하지 않고 주주협의회가 블럭세일 이야기를 했다면 유치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IB업계에서는 하이닉스의 2차 매각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한번 매각이 불발된 매물의 경우 다시 인수자를 찾기가 어려운데다 1차 매각 당시 43개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했지만 효성밖에 없었던 인수 희망자가 갑자기 다시 나타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2차 매각 작업이 블럭세일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당분간 하이닉스 주가에는 오버행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게 됐다. 다만 하이닉스의 펀더멘탈이 양호하고 지난번 효성 인수 추진 당시 1만8000원선에서 하방 경직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하락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은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오버행 이슈 때문에 당장 하이닉스 주가가 상승할 모멘텀이 생기기는 어렵겠지만 효성 인수 추진 당시 확인된 지지선, 또 내년 초 D램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중장기 투자 관점에서 매수해 보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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