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웍스' 해명 소동… 실적 펀더멘털 검증안된 기업서 빈번
자원개발 업체글로웍스가 8일 오전 일찌감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전날 1000억원대 횡령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액티투오의 박성훈 전 대표와 자사 대주주 박성훈 대표는 동일인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전날 밤부터 주주들로부터 쉴 틈 없이 문의전화를 받았는지 글로웍스 직원 목소리에는 피로감이 가득 묻어났다.
'대주주 횡령·배임=상장폐지'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성립되는 요즘 분위기에서 글로웍스 주주들은 밤잠을 설쳤을 법도 하다. 상장폐지 돼도 회사만 잘 굴러가면 직원들은 생계에 별다른 지장이 없겠지만 주주들의 재산상 손실은 보상 받을 길이 없다.
대주주가 횡령혐의로 구속되자 그의 휘하에 있던 상장 계열사들은 일제히 급락했다.액티투오와에스씨디(1,567원 ▲26 +1.69%)는 하한가, 에스씨디가 최대주주인엔티피아는 10% 넘게 하락했다. 또 다른 계열인에듀패스도 하한가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무선통신장비업체 등 3개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들 회사 자금 1172억원을 횡령하고 해당 회사에 734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로 200억여원을 챙긴 혐의도 있다.
사업 확장과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사욕을 채우는 동안 액티투오는 병이 깊어졌다. 2007년 34억원이던 손실은 지난해 374억원으로 2년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국민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한글과컴퓨터(20,050원 0%)도 사례는 비슷하다. 김영익 사장 형제에 의해 380억여원의 횡령·배임이 발생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분류됐다. 거의 1개월째 거래는 중단된 상황이다.
최근에는 인젠에서 전 대표이사의 70억원 횡령이 드러나 거래소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 검토에 들어갔다. 아구스 같은 곳은 대표가 170억원을 들고 종적을 감췄다.
지난해 이어 올해 상장폐지 됐거나 대상에 오른 기업들 중 대주주 횡령 사고가 발생한 곳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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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폐지된 기업 70개사의 46%(32개사)에서 최근 2년간 횡령과 배임혐의가 발생했다. 이중 횡령ㆍ배임 총액이 자산총액 이상인 기업이 17%(12개사)에 달했다.
상장폐지 사유에는 자본전액 잠식, 법인세비용차감전 계속사업손실, 감사의견거절, 계속기업존석능력불확실성 의견거절, 2년간 매출 30억원 미달 등 다양하다. 이런 내용들은 모두 실적과 연동돼 있어 투자자들이 투자 여부를 검토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횡령ㆍ배임은 마치 '천재지변'과도 같아서 대규모 투자손실을 피하기가 어렵다. 날벼락을 피하는데 한 가지 힌트는 있다.
한컴 같은 경우는 예외지만 오너의 횡령이 발생하는 곳들치고 실적이 양호한 곳은 찾기 힘들다. 액티투오가 그랬고 아구스는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한 코스닥 기업 대표는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에서 횡령 사고가 발생하는 건 대주주가 딴 주머니 찰 생각에 몰입하는 동안 회사가 망가졌거나 회사가 어려워지자 횡령 유혹에 빠지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완전히 위험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실적을 기준으로 접근하는 게 위험이 낮다는 뜻이다.
한양증권 김연우 연구원은 "대주주나 내부자의 횡령 및 배임을 투자자가 미리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며 "그러나 액티투오의 경우 수년간 적자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등 실적 모멘텀이 전혀 없고 부채비율 등 재무상태도 나쁜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리스크를 감내하면서까지 펀더멘털이 뒷받침 되지 않는 기업에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