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눈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한국거래소 A부장은 여의도 윤중로 벚꽃이 한창이라며 인사를 건네는 기자에게 이렇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래소가 지난주부터 근무경력 5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받으면서 고민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회사를 떠나 마땅히 할 일도 없는 데다 아직 어린 대학생 자녀를 생각하면 남의 일로 여기고 싶다.
"시류에 휩쓸려 퇴직한 선배들 중에 잘 된 경우는 찾기 힘들어요. 20년 넘게 하던 일을 그만두고 갑자기 기술을 배우겠어요, 장사를 하겠어요. 앉아서 퇴직금만 까먹는거죠."
거래소는 지난 2005년 4개조직 통합 당시에도 100명 남짓한 인원이 명퇴를 신청한 바 있다.
특히 거래소는 전직원(700명) 중 58년~62년 베이비부버 세대들이 100여명 정도 몰려 있는 '머리'만 큰대표적인 조직이어서 이들에 대한 명퇴 압박은 더 크다. 88년을 전후한 증시호황 때 대거 직원을 뽑은 결과다. 신임이사장 취임 후 대대적 조직개혁에 나서면서 이들이 구조조정 1순위로 뽑히고 있다.
희망자에게는 직급별로 24~30개월의 봉급이 퇴직금으로 지급된다. 개인차가 있지만 25~30년 근무했다면 2억~4억원 정도다. 거래소 한 직원은 "당장 정년이 몇년 안남은 사람들 20여명을 제외하면 신청할 사람들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를 내세우면서 많은 공기업들이 유행처럼 명퇴를 실시했거나 계획 중이다. 자의반 타의반 대상자로 거론되는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712만명. 전체 인구의 14.6%다. 이 중 311만명이 임금근로자로 거의 올해부터 2018년까지 정년을 맞는다.
구조조정 명분도 좋지만, 이들이 '젊은 나이'에 한꺼번에 은퇴하게 되면 그 부양부담은 다시 그 아래 세대가 고스란히 져야 한다. 저출산과 함께 고령화 시대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는 지금 명퇴를 조직 개혁, 구조조정의 가장 손쉬운 수단으로 삼아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내년에도 윤중로 벚꽃을 봤으면 좋겠다"는 A부장의 말이 그래서 더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