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오르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교착상태에 빠졌다가 30일 사흘 만에 하락 쪽으로 기울어졌다. 코스피지수가 1770선에 머문 기간은 전날까지 나흘간이었다.
최근 매수 세력과 매도 세력이 팽팽하게 대결양상을 벌였지만, 오늘 하루만 놓고 본다면 '매도세력'의 힘이 더 커졌다. 이는 외국인 매수와 펀드 환매라는 수급상 대결구도에서 비롯됐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30일까지 코스피에 2조908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3조원 가까이 순매수하면서 증시를 끌어올렸다. 미국의 다우 및 나스닥 지수가 이달 동안 7%가량, 중국 상해지수가 10% 상승하는 등 글로벌 증시 전반 반등 분위기가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전자산 선호 성향을 보이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럽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이후 위험회피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여전히 국내 투자자들은 위험회피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 및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ETF 제외)에서는 2447억원이 순유출됐다. 15거래일째 순유출이다. 이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순유출된 자금 규모는 총 2조3872억원. 지난달 규모(2조3466억원)를 넘어섰고 지난 4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 같은 펀드 환매 러시는 증시 수급에 부담이 되고 있고, 상승세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가 3.6% 올라 미국, 중국 등의 상승률에 비해 상승폭이 제한됐던 것도 이 같은 요인으로 분석된다.
증시가 지난 27일 1778.72까지 오르는 등 연중 최고가 랠리를 펼쳤지만, 아직까지는 박스권 상단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증시가 박스권을 본격적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본부장(전무)은 "증시가 7월 동안 풍부한 유동성과 개선된 기업실적들로 인해 상승흐름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해외시장이 우호적이지 못해 증시의 상승세가 제한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허 전무는 이어 "펀드 환매는 증시가 완전히 박스권을 넘어서서 코스피지수가 1800을 넘어서면 줄어들 것 같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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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득수 현대인베스트먼트 자산운용 전무 역시 "지금 수급상 주식형 펀드 환매가 계속되면서 투신권 자금이 많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증시 상승세를 제한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것은 자문형랩 등 랩상품이나 직접투자로 이동한 것이므로 증시에서 완전히 빠져나간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 전무는 "증시상황이 좋아지게 되면 나중에 한꺼번에 펀드 환매 자금이 재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지금 시장은 2분기 실적이 좋고, 펀더멘털도 나쁘지 않아 증시 분위기는 괜찮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8월에는 국내 투자자들이 지금과 같은 위험회피 성향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 이사는 "지금까지는 글로벌 매크로 리스크(더블딥, 유럽위기)로 인해 기업이익 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지만, 시장을 누르던 요인들이 완화되면서 실적호전이 제대로 반영되면 주가가 한 단계 레벨업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지난 1년간 증시는 박스권에 머물렀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는 국내 투자자들이 위험회피 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점차 위험에 대한 인식이 완화되는 시점에 진입하고 있다고 김 이사는 판단했다. 8월은 위험회피 구간에서 점차 벗어나는 변곡점이 될 수 있고, 기업실적이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