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던 여름 분위기가 아침저녁으로 살짝 사그라진 듯 하다. 최근 증시 분위기도 비슷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주 초까지만 해도 1800선을 공략하는 것 같더니 불과 사흘 만에 1720선으로 주저앉았다. 분위기를 냉각시킨 바람은 '해외'에서 불었다.
미국 증시가 1% 미만 하락할 때에는 동요하지 않던 투자자들이 막상 2%이상 급락하자 자신감이 약화된 모습을 비쳤다. 급락은 원인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그 자체만으로 공포감을 준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5426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이 지수하락에 '결정적인 타격'으로 등장했다.
한국 자체만을 보고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들이라도 막상 해외시장 분위기가 급랭하게 되면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가 보다. 지난주만 해도 미국증시에 큰 흔들림이 없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번에는 비교적 강한 매도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특히 만기 변수도 큰 몫을 했다. 지난 6월 동시만기일 이후 점차 가득차기 시작했던 주식매수차익잔액이 그 일부를 토해내자 수급상 균열이 생겼다. 만약 투자심리가 좋았다면 그 충격이 크지 않았을 터이지만, 가뜩이나 미국 증시 때문에 투자심리가 약화된 상황이어서 코스피지수는 동시호가에서만 9포인트가량 추가로 급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 6월 동시만가일 이후 들어온 프로그램 매수차익이 3조원을 웃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당시 주식매수차익잔액은 6조70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최근 9조6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주가가 1800선 부근까지 급등하는 과정에서 베이시스가 급호전되면서 프로그램이 연일 대량 매수를 보였지만, 반대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베이시스가 나빠지면 반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심상범대우증권(67,700원 ▲6,200 +10.08%)연구위원은 "지난 6월 만기일 이후 들어온 프로그램 차익매수가 3조6000억원 가량인만큼 베이시스 상황에 따라 계속 프로그램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6월 중순 이후 프로그램 차익매수가 공격적으로 유입된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반대로 베이시스가 악화될 경우 프로그램 매물이 점차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이미 지난주부터 베이시스가 약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조금씩 연출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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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규우리투자증권(33,850원 ▲3,300 +10.8%)연구위원 역시 "만기일 부담을 해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로그램 대기 물량이 많다"며 "앞으로도 베이시스에 따라서 추가적으로 프로그램 매물이 더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으로의 수급은 연기금에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프로그램 매물을 받쳐줄 매수주체로는 외국인을 제외하고 연기금과 기관 등이 있지만 현재로서 기댈 언덕은 연기금 정도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 이날도 연기금이 197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마감 동시호가에서 낙폭이 추가적으로 확대되는 만기일 쇼크가 나타났지만, 만기일 자체보다는 미국 시장의 여파에 따른 지수 방향성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수급적인 측면에서 볼 때 외국인 투자자들이 그동안 미국 증시가 1% 미만 하락할 때는 크게 동요하지 않다가 전날처럼 2%이상 급락하자 연동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약간은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 자체를 보고 들어온 자금이 많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이나 시장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추가적으로 많이 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비록 해외시장 분위기에 연동돼 매도한 측면은 있었지만 이것은 '한국'시장 자체가 나빠서 빠져나간 자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연기금이 사고 있어 내부적인 수급은 양호한 것으로 그는 평가했다. 지금은 전 고점을 돌파하고 난 이후 쉬는 상황으로 볼 수 있으며 지수 1700부근에서는 저가 매수 세력들이 있어 1700선은 지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