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체면구긴 '경제 대통령'과 BOJ

[오늘의포인트]체면구긴 '경제 대통령'과 BOJ

정영일 기자
2010.08.31 12:11

미·일 '약발' 하루에 그쳐… "경기회복 본격화 신호 때까지 박스권 전망"

전날 1.8% 가까이 급등했던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또 다시 1% 대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덕분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머쓱하게 됐다. 경기가 안좋을 경우 추가 지원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음에도 '약발'이 단 하루에 그친 것이다.

일본 중앙은행(BOJ)도 체면을 구겼다. BOJ는 전날 은행 대출 한도를 현행 20조엔에서 30조엔으로 늘리고 만기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니케이 지수는 전날 2% 이상 급등했지만, 하루만에 2.6% 약세로 되돌아갔다. 엔화 역시 약세로 돌아섰다.

증시 약세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간밤 뉴욕증시가 하락세로 마감했기 때문이다. 뉴욕증시는 7월 개인소득 증가세가 예상을 하회, 경기 회복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도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해석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석은 미국과 일본 모두 경기 부양을 위해 금융 당국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해온 만큼 추가 유동성 공급정책이 의미가 없게 됐다는 것이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양적완화 정책은 시중의 자금이 모자랄 때 효과가 있지만 지금은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이라며 "시중에 돈이 풀리긴 하는데 돈이 돌지 않고 있는 신용 경색 상황에서 추가적인 금융 완화 정책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7월 현재 일본은행의 시중유동성 공급 규모는 32.4조엔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 역시 국채 10년물 금리가 2.5%를 하회할 정도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돈을 풀어도 안전자산에만 몰릴 뿐 경기에 자극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동성 확대 정책은 돈이 보다 원활하게 공급되고 이를 통해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자금 공급을 늘려도 은행이 대출을 꺼리는 '신용경색'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투자와 고용, 가계 소비 개선이 연쇄적으로 굳어 있다는 것이다.

가계에 돈이 들어가도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저축을 하거나 기존 대출을 줄이는 '디레버리징'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도 유동성 확대가 경기 부양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상의 한 단면이 되고 있다.

간밤 발표된 개인 소득 증가율이 예상을 하회한 것도 이같은 정부 당국의 유동성 공급정책이 한계를 보인 것을 증명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주 발표 예정인 미국 8월 고용지표 역시 유동성 공급이 기업과 가계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줄 핵심 지표 중 한가지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돈의 흐름 자체가 미국 주식보다는 미국 채권으로 흐르고 있고, 리테일 투자자 역시 주식형 보다는 안전한 채권형 투자에 나서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미국 증시는 상대적인 약세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각국 정부가 금융위기 이후의 극단적 정책을 정리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민간 경제의 회복이 아직 따라와 주지 못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결국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참고 기다려야한다는 것이다.

조혜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날 시장이 급등했던 것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과도했다는 인식에 따른 기술적인 반등이었다"며 "향후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시그널이 나올 때까지 지루한 박스권 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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