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업체, 현대·기아 넘어 벤츠·BMW로 간다

車부품업체, 현대·기아 넘어 벤츠·BMW로 간다

반준환 기자
2010.10.13 15:01

증권가가 잇따라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상향조정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GM, 벤츠, BMW 등 해외 완성차 업체로 거래처를 하나 둘 늘려가고 있다는 게 이유다. 현대·기아차만 바라봤던 '우물 속 개구리'가 글로벌 업체로 도약하는 초기 국면이라는 것이다.

◇증권가, 부품업체 투자의견 상향러시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널리스트들과 펀드매니저들은 자동차 부품업체 기업탐방을 늘리는 한편, 목표수익률과 투자의견을 잇따라 상향조정하고 있다.

NH증권은 지난달에스엘(52,500원 ▼2,000 -3.67%),화신(10,670원 ▼750 -6.57%),평화정공(12,980원 ▲490 +3.92%),만도(46,700원 0%),동양기전(5,390원 ▼60 -1.1%),한라공조(4,460원 ▲70 +1.59%)등 분석대상에 포함된 6개 부품업체들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조정했다.

NH증권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당시 주가대비 70%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한화증권도 업종 투자의견을 강력매수로 상향조정하고 대부분 부품업체들의 목표주가를 올렸다.

분석대상에 없던 부품업체를 부랴부랴 커버리지에 넣고 리포트를 내기 시작한 곳도 적잖았다.

IBK투자증권은 이달 들어 자동차 부품산업을 시리즈를 다루기 시작했다.상신브레이크(2,720원 ▼10 -0.37%)새론오토모티브(3,205원 ▲40 +1.26%)등 투자의견을 내지 않으면서도 '업종톱픽'으로 제시했다. 아울러한국타이어(30,550원 ▲50 +0.16%),넥센타이어(9,110원 ▼140 -1.51%)등의 투자분석을 시작했다.

흥국증권도 이달 들어 자동차용 스프링 제조업체인대원강업(4,120원 ▼140 -3.29%)에 '강력매수' 의견을 제시하면서 커버리지에 넣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올 상반기만 해도 현대·기아차(164,100원 ▼2,200 -1.32%)와 대형 부품업체 1~2곳 정도만 분석하는 자동차 애널리스트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중소업체는 스몰캡에서 담당하곤 했는데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실적과 주가는 현대·기아차를 따라간다"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이런 공식이 깨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이다.

◇현대, 기아차 울타리 넘기 시작했다

증권가가 부품업체에 뜨거운 관심을 갖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내수시장 자동차 판매가 크게 늘어났고, 아울러 국산차의 사양이 개선되면서 부품업체들의 고수익 사업비중도 커졌다.

이 보다 주목되는 대목은 해외업체와 거래가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는 부품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기술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된다. 국내 완성차 업체에 종속됐던 한계를 탈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해외업체와 거래를 늘려가는 부품업체들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이미 거래가 있었던 업체는 규모가 늘고, 없었던 곳은 신규수주를 따기 시작했다.

2006년 GM과 델타, 감마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제품경쟁력을 인정받았던 대원강업은, 2008년 크라이슬러와 스테빌라이져 공급계약을 맺었고 미국시장 공략을 위해 알라바마에도 생산설비를 갖췄다.

만도는 유럽시장 등에서 잇단 낭보를 올리고 있다. 지난달 독일 BMW로부터 2100억원 규모의 브레이크 캘리퍼를 수주했고 GM 등 미국 빅3와 PSA 등 유럽, 그리고 중국 로컬업체 등 해외 OE로의 납품처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디아이씨(10,430원 ▼70 -0.67%)는 최근 중국 질리(Geely)자동차와 연 700억원 규모의 납품계약을 맺었고 차량용 램프생산업체인 에스엘도 해외 자회사들을 통해 유럽, 미국 등의 업체와 꾸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현대모비스(435,000원 ▼11,000 -2.47%), 만도, 한라공정, 평화정공 등은 이미 해외업체와의 거래비중이 상당하고 올 들어 추가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강상민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산업에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부품주의 독립'이라는 점"이라며 "사업의 안정성, 성장성, 수익성, 그리고 주가 등에서 (국내차 업체에) 종속적이라 여겨졌던 고정관념이 소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사업 확대, 넘어야 할 산 많지만…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부품업체들과 제휴를 늘리는 까닭은 무엇보다 공급부족 탓이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곳은 자동차 생산업체 뿐 아니라 부품업체도 극심한 구조조정을 겪었다.

이후 경기는 회복됐으나, 현지 부품업체들의 생산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미국,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원가절감 의지도 크다. GM과 BMW가 국내 부품업체들과 잇따라 접촉하는 배경이다.

물론 국내 업체들의 가격경쟁력과 품질, 외형이 세계수준으로 올랐다는 점도 배경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글로벌 매출액 순위 100대 부품업체 가운데 한국은 현대모비스, 만도, 현대위아, LG화학 등만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100위권 기업의 평균 매출액이 10억8000만 달러여서 넘지 못할 벽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강 애널리스트는 "실질적으로 상당수의 한국 부품업체가 규모측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해 있다"며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 보다 적극적인 가치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부품업체들의 성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아직 해외매출 비중이 높지 않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신뢰가 쌓이기 시작한 기간도 짧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만도는 BMW와 21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나, 공급기간이 10년이라 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한라공정 역시 BMW와 5년간 460억원의 계약을 맺었다는 게 증권가의 지적이다. 자동차 부품주에 대해 2~3년 뒤를 본 중장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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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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