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 고해성사 "현대차 위기다"

단독 정의선 부회장 고해성사 "현대차 위기다"

김보형 기자
2011.01.17 06:59

1위라는 안일함 빠져… 수입차 내수판매 10만대 '저지하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우리는 작년 사업계획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시장점유율은 10여년 만에 최저치였다. 우리는 1위라는 안일함에 빠져 있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고해성사다. 현대차는 지난해 360만대를 넘게 판매해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고 최근 주가까지 20만원을 돌파,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 부회장은 왜 이런 뼈아픈 반성문을 썼을까.

◇ 정 부회장, 1위 안일함 질타… 수입차 10만대 저지하자

바로 내수시장 얘기다. 정 부회장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양재동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2011년 상반기 판매촉진대회'에서 작심한 듯 10여 분간 열변을 토했다.

그는 "지난해 현대차는 361만여대를 판매해 창사 이후 최대실적을 달성했지만 내수 시장에서는 전체 산업수요와 타업체들의 판매가 모두 늘었음에도 현대차만 유일하게 판매가 6% 감소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우리는 작년 사업계획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시장점유율은 41.5%(수입차 포함)로 10여년 만에 최저치에 그쳤다"면서 "현대차는 1위라는 안일함에 빠져 시장변화와 고객의 욕구를 외면해왔다"고 지적했다.

다 맞는 얘기다. 지난해 현대차가 세웠던 내수시장 점유율 목표는 52%였다. 하지만 지난해말 받아든 성적표는 45.2%(국내 완성차 5개사 기준)였다. 전년도 50.7%보다도 5.5%포인트 낮아졌다.

정 부회장이 ‘위기론’을 강조한 것은 뚜렷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비록 해외에서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안정성과 수익성이 보장된 내수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긴다면 글로벌 선도업체로의 도약은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피아트는 1984년까지 이탈리아 내수시장 점유율 64%를 기록하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었다. 이를 발판으로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정도로 소위 ‘잘 나가는’ 회사였다. 하지만 수입차들에게 내수시장을 내줬고 2004년에는 시장점유율이 29.5%까지 떨어졌다. 심지어 회사는 도산 위기에까지 몰리게 됐다.

정 부회장은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올해 수입차 판매가 10만대를 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 그는 "올해 수입차 시장이 1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가 더 열심히 해서 이 같은 예측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한다"며 "오는 7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유럽차 공세가 예상 된다. 여기 모인 지점장들이 획기적인 판매방안으로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시장변화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고객만족도를 높이면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1년에는 작년 경주에서 강조한 판매, 서비스 역랑 강화, 판촉전략개발 등을 본격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며 "올해는 전시장 내방고객 응대 등 기본부터 실질적 변화를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종일관 ‘긴장감’… 실적 좋은 상용부문 별도 촉진대회

이날 오전 8시부터 진행된 현대차 상반기 판매촉진대회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우수지점과 우수본부 등에 대한 포상과 시상식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무거운 분위기였다.

위기감은 행사규모에서도 감지됐다. 현대차는 매년 두 차례 열리는 촉진대회를 통상 제주도 등 국내 휴양지에서 1박2일로 연다. 작년의 경우 상반기는 제주도 해비치 호텔, 하반기는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었다.

하지만 올해는 양재동 본사 대강당에서 당일 행사로, 오찬장도 지하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또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올린 상용부문은 승용부문과 별도로 촉진대회를 열게 했다. 행사 축소 및 상용부문 분리는 정의선 부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이날 참석한 전국 대리점 지점장들에게 배포한 자료를 보면 최근 현대차의 하락세는 눈에 띈다. 현대차는 작년 62만6495대의 승용차를 판매, 2007년 59만450대 보다 6% 안팎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기아차는 79% 판매가 늘었고 르노삼성은 33%, 수입차는 70% 판매가 증가했다.

작년 말 현대차의 내수판매 증대를 위해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에서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충호 부사장은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작년 수입차를 포함했을 때 현대차 내수시장 점유율은 41.5%로 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이며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에 몰려있다"며 "수입차가 최대 13만대까지 늘어나는 등 올해 시장상황도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내수시장 추진목표를 '판매 70만대, 시장점유율 50%'로 설정했다. 사업계획 목표치는 판매 66만7000대, 시장점유율 47%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시장점유율 45.2%보다 1.8%포인트 높아진 것이지만 지난해 목표치 52%보다 5%포인트 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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