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랩과 펀드는 다릅니다"

[기자수첩]"랩과 펀드는 다릅니다"

박성희 기자
2011.02.15 17:12

#올해 칠순을 맞는 김 모씨는 '랩' 예찬론자다.

"기아차(168,500원 ▼2,000 -1.17%),LG화학(310,000원 ▲6,500 +2.14%)처럼 지난 해 잘 나가는 종목을 기가 막히게 잘 찍어내더라"고 말한다.

4년 전 그는 9개 펀드에 노후 자금 중 절반을 몰아넣었다. 증권사 창구 직원의 말을 듣고 '중국펀드', '브릭스펀드', '친디아펀드' 등으로 '분산' 투자도 했었다. "중국 증시가 참 잘 오르기에 나름 지역 분배를 했는데 죄다 까먹었다"며 "그나마 절반만 투자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노후 자금 전부를 날릴 뻔 했다"고 안도했다.

#지점 근무만 6년째인 증권맨 안 모씨는 3년 여 전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분위기를 타고 적잖게 펀드 판매 실적을 올렸지만 금융위기로 수익률이 악화되자 연일 고객 민원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증권사 직원으로선 '펀드는 장기 투자 상품'이라고 권하느니 수수료 높은 자문형 랩을 파는 게 훨씬 편하다. 요즘 투자자들도 이미 수익률 같은 정보는 다 꿰고 '어디 랩 달라'고 말한다"고 귀띔했다.

요즘 금융투자업계의 '핫이슈'는 단연 자문형랩 수수료 인하다. 수수료 문제가 불거지면서 랩과 펀드가 도마에 올랐지만 이 둘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

지난 1년간 자문형랩은 6조원 넘게 자금이 몰렸지만 펀드에선 16조원이 이탈했다.

펀드에서 발길을 돌린 개인 자금의 상당부분이 자문형 랩으로 옮겨가고 있다는게 증시 전문가들의 말이다.

문제는 랩과 펀드는 분명 성격이 다른데도 투자자들은 두 상품을 동일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자산분배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본 한 전문가는 일반 투자자들이 장기 적립식 투자로 노후 자금의 기반을 마련하는 펀드와 고액 자산가들이 고위험을 감내하며 자산의 일정 부분을 투자하는 랩은 서로 대체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두 상품의 공통점이라면 '증권사'라는 판매 창구이다. 증권사 입장에선 수수료의 40% 가량을 차지하느냐, 80%를 차지하느냐의 문제다. 랩은 상대적으로 잦은 종목 교체로 매매 수수료도 별개로 챙길 수 있다.

수익률과 시장 논리에 휘말려 랩과 펀드가 분명히 다르다는 걸 투자자만 모르는 게 아닌가 싶다.

금융회사들이 랩을 '수익'이라는 단기적인 잣대로만 접근한다면, 또 한 번 투자자들이 발걸음을 돌리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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