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이 기사는 02월15일(08:33)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2009년 이후 빠른 속도로 늘던 외국인 원화 채권투자 규모가 2010년 12월을 기점으로 의미 있게 줄어들고 있다. 2010년 11월 중 84조원을 넘어섰던 외국인 원화채권 보유 규모는 올해 2월 10일 현재 75조원대로 떨어졌다. 2개월간 9조원, 11% 정도가 줄어든 셈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1) 왜 규모를 줄이고 있는가, 2) 더 줄일 것인가 아니면 다시 투자를 재개할 것인가, 3) 만약 투자를 재개한다면 어떤 시점부터일 것인가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올해 상반기 중 외국인들의 원화 채권 투자가 조금 더 줄어들 수 있지만 하반기 들어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이 채권 투자를 줄이는 이유가 구조적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순환적인 요인들에 의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는 여전히 원화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한 국가의 자산을 외국인들이 매수하는 데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한다. 특히 채권 매수에 있어서는 주식 매수와는 다른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이 중 최근 원화 채권 매수 약화를 유발하는 순환적 요인들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위험을 들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머징 국가의 최근 화두는 인플레이션과 긴축이다. 인플레이션은 그 자체가 채권 가치와 통화 가치에 부정적일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긴축을 유발하는데, 이는 단기적으로 경기 둔화의 위험을 증대시킨다. 이는 외국인들의 이머징 국가 투자를 약화시킨다.
순환적 요인의 두 번째는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확장 모멘텀이다. 2차 양적 완화 이후 미국에서는 더블딥 우려가 급속하게 사라졌고, 디플레이션 위험도 줄어들고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 경제가 선전하는 가운데, 남유럽 문제도 일본과 중국의 자금 지원 약속이 이어지며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또한 선진국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은 여전히 큰 이슈가 아니다. 이러한 점은 일방적으로 이어졌던 선진국 통화의 대 이머징 국가 통화 대비 약세 현상을 약화시킨다. 결국 이머징 국가로부터 선진국으로의 자금 이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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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순환적 요인은, 상황에 따라 바뀐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순환적이라 평가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이머징 국가의 인플레이션 위험은 상당 부분 수요의 증가에 의한 것이나, 그 자체가 이머징 각국의 긴축적인 정책을 초래한다. 그렇게 되면 해당 국가의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또한 같은 기간 통화 가치도 크게 강해지지 못한다. 자금 이동이 이머징 국가의 통화 가치 상승을 막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낮아진 채권 가격과 통화가치가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들어 낸다.
선진국 경기 문제 역시 순환적인 성격이 강하다. 일단 미국의 경우 지금 진행되고 있는 2차 양적 완화가 미국 경제의 확장을 촉진하고 있지만, 6월에 양적 완화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도 같은 모멘텀이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부진한 주택시장과 느린 고용시장 회복은 정책이 빠진 이후 경제가 예상만큼 좋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유럽 문제 역시 최근의 호전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머징 국가의 긴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양적 완화가 마무리되면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유럽의 근본적 문제는 통화 통합에 따른 역내 교역의 심각한 불균형이며, 이는 현재의 구조로 해소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조적인 부분은 어떤가? 혹시 지금 나타나고 있는 외국인 원화 채권 매수 규모 축소가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 나타날 순환적인 측면에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구조적인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글로벌 자금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역시도 아주 길게 보면 순환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의 디플레이션 압력과 지극히 팽창적인 통화정책이 장기화되고 있고, 그 근본적인 이유가 가계의 구조조정(미국), 제도의 근본적 문제점과 이를 반영한 역내 불균형(유럽), 만성적 디플레이션 압력(일본)이라고 보면, 구조적이라 할 만큼 앞으로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의 구조적인 요인은 이머징 경제의 차별적 고성장과 재정적 안정성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머징 국가, 특히 이머징 아시아 국가의 경우 산업생산은 2008년 고점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반면, 선진국의 경우에는 여전히 2000년대 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대수익률 측면에서 이머징 국가가 선진국을 압도하고 있다.
채권 투자에 있어 중요한 재정적 안정성 역시 크게 차이가 난다. 미국, 남유럽등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100%에 근접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동 수치가 여전히 30%대에 머물고 있다. 공사 부채를 포함한 수치를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를 합하더라도 우리나라 수치는 50%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판단된다. 선진국보다 훨씬 안정적인 수치다.
이머징 각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 같은 불균형은 환율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과거 8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의 예에서 경험했다시피 상당 부분 생산성과 경쟁력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즉, 교육 제도와 근로 문화 등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된 구조적 차이가 불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이는 모두 환율로 조정될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환율 조정이 시간에 걸쳐 이뤄지더라도 그 속도는 매우 느릴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지속되는 동안에 이머징 국가로의 자금 유입이 구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 보는 것은 자연스럽다.
물론 이머징 국가를 중심으로 한 자본 유출입 규제 문제는 분명 구조적 측면에서의 걸림돌이고, 장기적으로 글로벌 자금 유입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선진국이든 이머징 국가든 금융 규제가 거시건전성의 확보를 위한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대부분 이머징 국가에서는 거시적 불안의 주된 원인이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입, 특히 서든 스탑에 의하므로 자본의 유출입 규제에 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을 떨어뜨리는 방향,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프리미엄을 올리는 방향으로 작동을 하게 되므로 이머징 국가로부터의 자금 유출을 촉진한다.
하지만, 자본 유출입 규제 측면에서도 두 가지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규제 문제가 대두되는 이머징 지역이 대부분 자본 유출입이 심한 주요 투자 대상국이며, 시차는 있지만 대부분 유사한 형태의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는 특별히 한국으로부터의 자본 유출을 초래하는 요인이라 볼 수 없다. 즉, 선진국/이머징 국가 자산 배분의 관점에서 이머징 국가 자산 배분이 재개될 경우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만 배제될 이유는 없다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규제가 먼저 도입된 다른 나라의 예를 볼 때, 일시적인 자금 유입 약화에도 불구하고 가격 조정이 이뤄진 이후에는 다시 자금이 유입된다는 점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규제 그 자체보다는 기대수익률 하락에 더 큰 관심이 있으며, 따라서 규제 도입과 더불어 기대수익률 상승이 나타난다면(금리 상승, 환율 절하 등) 새로운 투자 기회로 인식한 투자자들의 유입이 나타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이머징 각국에서, 특히 우리나라에서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자산가격 하락, 통화 가치 하락이 동반해서 나타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당 기간 동안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즉, 저금리 고환율 정책을 무리하게 고집하면, 오히려 고금리 고환율과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위험이 커질 수 있고, 이는 외국인 투자자금을 유출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하게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통제하는 정책을 사용한다면 앞서 살펴본 순환적/구조적 요인들을 고려할 때, 조만간 외국인 원화 채권 투자가 재개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필자는 미국의 2차 양적 완화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선진국의 경기 확장 모멘텀에 대한 의구심이 발생하면 바로 이머징 국가로의 자금 회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외국인 원화 채권 매수 약화 현상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한다.
[칼럼니스트 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