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에 '11·11 옵션쇼크'가 재현될 뻔 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외국인들이 마감동시 호가 10분동안 7000억원에 달하는 현물을 쏟아낸 것이다.
국가기관 운영기금과 지방자치단체 등을 포함하는 '기타'와 기관투자자들이 대규모 순매수를 하지 않았으면 지난해 11월11일 선물옵션만기일에 벌어졌던 폭락사태가 또 한번 나타났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매년 3·6·9·12월 만기일에는 지수선물 개별종목선물 지수옵션 개별종목옵션의 만기가 겹쳐 증시가 급변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그래서 네 마녀의 날 '쿼드러플 위칭데이(Qquadruple Witching day)'라고 불린다.
10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9.89포인트(0.99%) 하락한 1981.58로 마감했다. 마감 동시호가에서는 3.83포인트(0.19%) 하락해 외견상 '네 마녀의 심술'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동시호가 10분 동안 조단위 '돈의 전쟁'이 벌어졌다.
만기일에 흔히 나타나는 프로그램 거래는 잠잠했다. 이날 프로그램 매물이 4290억원 수준으로 적은 양은 아니었지만 동시호가에서는 600억원 정도 순매도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동시호가 10분 동안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7000억원을 순매도했다. 동시호가 직전 외국인 순매도규모는 4666억원이었지만, 동시호가 후 외국계 순매도는 1조1700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늘어났다.
구원투수로 나선 것은 국가기관 자금과, 지자체 자금 등이 포함된 기관들이었다. 동시호가 10분간 기타에서 4000억원의 순매수가 나왔다. 기관들도 거들고 나서 투신권에서 1200억원의 순매수가 늘어났다. 기타는 거래에 비과세 혜택을 받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차익거래를 하는 우정사업본부가 포함돼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타와 기관에서 나서지 않았다면 제2의 '11·11 옵션사태'가 발생하는 위기일발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날은 지난해 '11·11 옵션 쇼크' 이후 금융당국이 내놓은 만기일 대책이 적용된 첫 날이었다. 특히 이날부터 적용된 미결제약정수량 제한제도로 위기가 충격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데 일조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11·11 사태' 이후 코스피200선물·옵션의 모든 종목을 선물기준으로 환산해 1만 계약이 넘지 않도록 제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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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11사태 당시 도이치증권이 4만계약 이상 미결제 약정을 쌓아놓을 정도로 대량의 거래를 일으키는 사태가 이날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 당국의 규제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들이 동시호가에서 급격한 매도를 보인 이유가 장중 3월물 선물의 매도 포지션이 급증한 것과 연결지어 해석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3월물 선물의 미결제 약정은 9000계약 정도 감소했다. 반면 6월물은 1만9000계약 증가했다.
만기일에 선물 3월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차익거래가 6월물 선물로 그대로 만기가 연장됐다면 3월물 미결제약정이 감소한 것과 6월물 미결제약정이 증가한 숫자가 같아야 한다. 3월물과 6월물의 차이인 1만 계약 정도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이날 장 막판 동시호가에서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을 가정한 투기적 물량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이 3월물에 대해 1만 계약 이상 순매도를 보인 것도 미심쩍다는 분위기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투기적인 목적으로 선물을 매도해놓고 현물을 팔았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동시호가에서의 외국인매매는 만기와는 전혀 관련 없는 물량으로 현·선물 동반매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선물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난 후 현물 매도해 시세차익을 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