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업 정서 부각되자 혼선 막기 위해..다음주 경제5단체장과 회동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반기업적으로 비춰지는 것과 관련해 직접 설명에 나선다. '친시장'이라는 흔들림 없는 원칙을 확인해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최근 논란이 된 '연기금 주주권 강화 방안'이나 '초과이익공유제' 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28일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과 티타임을 가진 자리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친시장' 기조와 관련해 시장에 혼선을 줘서는 안 된다"며 "내가 조만간 경제5단체장을 만나 직접 정리하고 설명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가 각종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기업을 압박하는 등 반기업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의 '연기금 주주권 행사 강화' 제안이나 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주장은 재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국세청의 대기업 연쇄 세무조사도 기업 압박 수단으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친시장'이라는 정부의 흔들림 없는 국정기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데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서민 등 경제 주체들이 시장원리를 통해 상생하는 것이 자신의 경제 철학인데, 정치적 목적에서 특정 집단을 배척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다음 주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경제5단체장을 직접 만나 이 문제를 해소할 방침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티타임에서 4.27 재보선 패배와 관련, 개각 등 인적쇄신 단행 의사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무겁고 무섭게 받아 들여야 한다"며 "정부 여당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서민들의 불만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서민 경제를 더 세심하게 챙기고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강조한 것과 관련, 인적 쇄신 작업이 빨라지고 그 폭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임 실장이 이날 대통령에게 자신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진의 전면 개편을 건의해 사실상 사의를 표명했다. 임 실장은 "이번 일에 대해 저희 비서진들은 책임감을 느낀다. 대통령이 면모 일신의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 대통령은 임 실장의 건의를 별다른 언급 없이 듣고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대통령이 임 실장을 비롯한 참모들의 사의를 수용할 경우 대폭적인 교체가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독자들의 PICK!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임 실장 유임에 무게를 싣고 있다. 분당을 공천과정에서 강재섭 전 대표를 지원한 것과 관련, 인책론이 나오고 있지만 선거 패배 책임을 임 실장에게만 지우기 어렵다는 것. 무엇보다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까지 대통령실장에 기용한 임 실장을 1년도 지나지 않아 경질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개각은 인사 수요가 있는 4~5개 부처를 중심으로 이르면 다음 주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재임 기간이 2년을 넘어 피로를 호소하고 있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후임에는 한나라당 윤진식 의원, 백용호 정책실장 등이 거론된다. 재선을 노리고 있는 윤 의원은 본인의 수용여부가 걸림돌이고 백 실장은 교수 출신으로 집권 후반기에 관료 조직 장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구제역 사태'의 책임을 지고 일찌감치 사의를 표시한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임에는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 이계진 전 의원, 류성걸 재정부 차관 등이 '침출수' 대처 과정에서 공동 책임이 있는 이만의 환경부 장관 자리에는 박승환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등이 거론된다.
신공항 백지화 결정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 정종환 장관 후임으로는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 최재덕 대한주택공사 사장, 권도엽 전 국토부 차관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귀국하는 류우익 중국 대사는 통일부 장관, 국토부 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