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공시읽기22-주식매수청구권<하>]"일단 반대표시 하고 보라"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법언이 있다.
소수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주식매수청구권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주주가 아니라 사전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주주들만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권리인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단 주총전에 반대의사를 표시하라
합병 결의 등에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려면 주주총회전에 증권사를 통해 회사에 반대 의사를 통지해야한다. 주총결의일로부터 20일이내에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주식의 종류와 수를 역시 제시해야한다.
투자자입장에서는 자본통합법 시행 이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요건이 강화됐다는 점을 주의해야한다. 이전에는 주식매수청구권 자격이 ‘주주명부폐쇄기간 전까지 주식을 취득한 자’였지만, ‘합병 등 공시일까지 주식을 취득한 자’로 변경됐다. 즉,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취득기간이 기존에 비해 약 2주가량 줄었다.
주주총회전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하더라도 꼭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절차 진행 도중에 주가가 매수청구 가격보다 높아졌다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포기하면 그만이다.
반면, 주총 전에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주주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단 반대의사를 밝히고 보는 것이 유리하다. 못먹더라도 일단 '감'은 찌르고 봐야하는 셈이다.
공시일 다음날부터 부터 사전에 반대의사를 표시했던 주주가 주총에서 해당 사안에 찬성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도 주의해야한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회사는 1개월 이내에 주식을 사들여야한다. 이렇게 사들인 주식은 매각의무기간인 3년이내 다시 팔아야하기 때문에 주가에 잠재적인 물량부담으로 작용한다.
투자자들은 대개 주식매수청구권이 뭔지 잘 모르는데다 반대의사를 통지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절차도 복잡해 지레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함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요건 강화추세 등에 따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도 줄어드는 추세다.

◇주가가 매수청구가격을 넘지 못하면 합병은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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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수준에서 주식매수청구가 이뤄지고 기업이 당초 계획대로 합병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경우 주식은 상승 탄력을 받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나 행사하지 않은 주주나, 회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바람직한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하지만 반대로 매수청구가격이 확정된 이후 주가가 계속 떨어진다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주식매수청구대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합병 등 당초 계획을 포기해야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합병 등을 통해 도약을 노렸던 기업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득을 챙기려던 주주도 모두 루저(Loser)로 전락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 매수청구대금으로 쓸 ‘실탄’을 마련하고,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 이사회 결의 시기를 조절한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들이 합병이나 영업 양수도에 나섰다가 주식매수청구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6월 2일 '스팩 합병 1호' 대신증권그로쓰스팩은 6월 7일로 예정됐던 썬텍과의 합병 주주총회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동부자산운영, KTB자산운용, 블리스자산운용 등 기관투자자들이 합병에 반대의견을 표명했기 때문.
대신스팩의 주가(2일 종가 1870원)가 주식매수청구가격 2007원을 밑돌자 대신스팩의 주식 196만주(17.96%)를 갖고 있는 이들 3개 기관투자자들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
이들 3개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청구권을 사들이는데만 39억원의 비용을 써야하는 상황이 상황이 벌어지자 불가피하게 합병 주총을 연기하게 된 것이다. 주주들의 33.33%가 합병에 반대할 경우 이사회에서 합병계약을 해제할 수 있어 향후 합병 자체가 무산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포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막대한 매수청구대금으로 경쟁력 강화는커녕 회사 자체가 휘청거리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00년 9월 1일 이뤄진 LG전자와 LG정보통신 합병이 대표적인 경우다.
반대의사 표시 마감 당일 LG정보통신 주가는 6만1400억원으로 매수청구가격 6만9902억원 보다 8502원이나 낮아 전체 발행주식의 38.6%가 매추청구권을 행사했다. 당시 LG정보통신이 매수청구에 쓴 돈은 무려 8347억원에 달했다. LG전자 역시 1775억원을 매수청구대금으로 썼다. LG그룹 입장에선 이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무려 1조122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써야했던 셈이다.
LG그룹은 지난 2009년 LG유플러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통신계열 3사간 합병시에도 7022억원의 주식매수청구대금을 지급하는 등 국내 그룹사중에서 유난히 주식매수청구권과 관련한 아픈 기억이 많은 곳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