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룻바닥 냄새가 나기 시작하네요."
증시가 조정의 '바닥'을 확인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관건은 그리스다. 일각에서는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증시는 사태가 완화되고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21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8.52포인트(1.41%) 오른 2048.17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매수와 매도를 오가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기관이 1300억원 규모를 순매수하며 증시를 끌어올렸다.
일본 니케이255 지수도 1.13% 올랐고 홍콩, 상해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내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증시의 '빨간불'이 꺼진 것은 유럽 재무장관회의 의장인 장 끌로드 융커의 '입'으로 추정된다. 융커는 재무장관들이 그리스 추가지원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곧 극복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의 우려를 진정시켰다.
융커는 "게오르그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의 말을 인용해 그리스 정부가 금융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스 위기 확산 우려에 대해서도 이탈리아가 채무위기에 처해있지 않다는 점을 공언했다.
융커의 노력으로 시장은 눈에 띄게 진정됐다. 다만 유럽 재무장관들의 입만 쳐다보고 있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악의 순간을 지난 것인지 좀처럼 판단이 서지 않는다.
증권 전문가들도 "바닥의 냄새가 나고 있다"며 사태 해결과 함께 반등을 점치고 있지만 이 같은 전망은 지난 5월 이후 꾸준히 제시돼 왔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게 없다.
며칠 내 그리스 문제가 정점을 찍고 해결국면에 접어들 수도, 최악의 상황으로 방향을 틀수도 있기 때문에 유로존 채권국가들의 미묘한 입장변화와 주요 인물들의 발언을 눈여겨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근 그리스 현지에서 거세지고 있는 긴축 반대 시위도 중요한 변수다. 긴축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긴축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추가 지원을 진행할 수 없다는 유로존 회권국들의 입장과 팽팽히 대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제금융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그리스 자체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7년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 비자발적이고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감내해야 했던 것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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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를 눈앞에 두고 우리나라는 IMF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고, 자금을 지원하는 쪽의 요구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는 게 최선이었다. 다만 그리스는 한 국가의 '부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주변국들의 연쇄 부실을 불러올 수 있어 유로존 회원국가 타협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지는 있다.
그리스를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 몇 개의 고비를 더 넘어야 한다. 당장 오는 23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있고 이달 말에는 재정긴축을 위한 의회 표결이 예정돼 있다. 내달 11일에는 지원국들간의 합의를 위한 논의가 재개된다.
첩첩산중을 지나는 과정에서 섣불리 '바닥'을 운운하는 것보다는 과거 IMF의 경험을 거울삼아 신중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