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주식에 꾸준히 투자해 온 직장인 김흥순(31·남)씨는 최근 '실탄'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대지진 이후 변동성이 커진 증시에서 잠시 발을 뺐던 김씨는 반등을 대비해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김씨는 "미국경기가 느리게 회복되고 있다고 하고 그리스 악재까지 터지면서 불안해 주식투자를 잠시 쉬었지만 증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면 다시 투자에 나설 생각"이라며 "많이 빠진 종목을 사야할지, 주도주를 사야할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탄을 비축하고 있는 투자자는 김씨같은 개인투자자 말고도 있다. 투신권은 2조원 가까이 자금을 비축하고 있고 랩 어카운트도 매수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2조6000억원 가량이다. 같은 기간 투신권은 약 4900억원을 누적 순매수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대략 2조원 가량의 실탄을 주머니에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투신권이 투자를 망설인 이유는 미국 경기둔화와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로 증시가 불안한 양상을 이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같은 위기가 점차 걷히고 증시가 반등하기 시작하면 미뤄왔던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자문형 랩 어카운트 잔고금액도 8조원을 넘어섰다. 랩 어카운트의 경우 현금비중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10%라고 가정하면 8000억원 규모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들리는 얘기를 살펴보면 랩 어카운트의 현금비중이 과거에 비해 꽤 높은 수준까지 늘어났다고 한다"며 "평균적으로 현금비중을 10~20% 정도까지 만들어놨다고 가정할 때 대략 1~2조원의 매수여력이 있다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연기금과 국가지자체의 경우에는 통상 주가 하락폭이 커질 때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패턴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적극성이 다소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들 역시 상대적인 매수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실탄이 충분한 상황에서 관건은 미국과 그리스 등 외부 악재가 해소되고 증시가 모멘텀을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불확실성이 걷히고 나면 실탄을 쥔 투자자들이 증시에 자금을 투입, 장을 끌어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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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이번주 들어 외부악재가 서서히 완화되고 있다는 점에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 그리스 재정위기는 유럽 재무장관들이 추가지원 합의에 실패하면서 그늘이 드리웠지만 그리스 신내각 신임투표가 가결되면서 다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미국 경기둔화 이슈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긍정적인 발언을 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단순히 경기둔화가 아니라 '소프트패치'와 '더블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만큼 시장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는 발언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것.
이제 남은 고비를 잘 넘기느냐만 남았다. 악재들이 위력을 상실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실탄이 빛을 볼 날도 머지앉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