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ELW 재판]전업투자자의 항변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제도를 개선해야"
"주식워런트증권(ELW) 제도가 개선되고 가격 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고시준비 하듯 공부해서 돈을 벌라고 추천하고 싶다"
대전에 사는 이 모(34)씨는 4년 전 안정적인 회사를 다니다 그만 두고 전업투자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 투자 대상은 ELW. 일반 주식도 투자하지만 큰 재미가 없어 ELW만 3000만원 정도 굴리고 있다.
"2006년 말 처음 ELW 투자를 시작했는데 무척 재미있었다. 50만원으로 시작해 근무시간 틈틈히 재미삼아 투자하다 일과 병행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씨는 ELW에 투자해 번 돈으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둘째도 조만간 태어날 예정이다. 그는 1년6개월 전부터 ELW 투자만으로 생활하고 있다. 스스로도 '생계형 ELW 투자자'라고 부른다. 지난 한 해 수익률은 700% 정도. 2009년 6월부터 6개월간에도 500% 가량의 이익을 냈다.
이쯤되면 이 씨는 분명 'ELW 고수'다. 그렇다고 항상 이익만 내는 스캘퍼(초단타 매매자)는 결코 아니다.
ELW에 처음 발을 들인 1년여 만에 원금 2000만원을 모두 날렸다. ELW 특성상 만기가 가까워지면 가격이 급락하지만 이 씨는 일단 손해가 나면 본전 생각에 매도하지 않았다. ELW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무작정 들고 있으면 언젠가 수익이 나겠지'라는 생각으로 손절매를 하지 않고 보유했던 게 패착이었다.
어이없는 주문실수로 돈을 날린 적도 있었다. 하루종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화면을 보다가 호가가 헷갈렸던 경우다. 이를테면 230원에 매도해야겠다고 맘 먹었다가 130원 매수호가가 나온 것을 보고 '옳다구나' 주문을 냈고 순식간에 수백만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ELW만으로 먹고 살 수 있게 되기까지 이 씨는 ELW 관련 도서만 15권을 읽었다. 일부에선 ELW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 씨는 "ELW 투자는 무척 피곤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기초자산 상승하는 것만 보고 ELW에 투자해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예를 들어KB금융(162,300원 0%)을 기초자산으로 한 콜 워런트에 투자해 이익을 보려면 KB금융으로 어느 정도 매수 주문이 몰려야 ELW까지 움직이는지를 일일이 다 꿰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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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패러티 등 ELW별 지표값, 각 LP의 특성 등까지 모두 알아야 ELW 매수해 정확히 수익을 낼 시점에 팔 수 있다고 했다. 이 씨는 "미묘한 차이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데 개인 투자자들은 이를 모르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이라며 "이런 실전 노하우는 그 어떤 책에도 나와 있지 않더라"고 아쉬워했다.
이 씨는 "돌이켜보면 ELW로 손해를 봤던 건 LP인 증권사가 이상하거나 횡포를 부려서가 아니라 철저히 내 자신의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LP가 현행 호가 제시 규정을 악용해 장중 호가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씨가 과거 주문실수로 손실을 봤던 것도 LP가 호가를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허수 주문을 내 '낚시매매'를 했기 때문이었다. 횡포를 부리는 외국계 악덕 LP도 있다. 이 씨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ELW는 장기 투자하지 않고 오늘 산 건 반드시 내일 판다"고 말했다. 해당 증권사의 이름을 거론하며 "○○ 증권사는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는 ELW 시장 발전을 위해선 금융 및 사법당국이 시장을 없애려고 규제하는 게 아니라 LP 호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거래소 규정상 LP는 매수 및 매도 호가 차이가 매수 호가 기준으로 20% 이내, 그리고 적어도 5분마다 호가를 내도록 돼 있다. 이 씨는 "이를 더 촘촘하게 줄여야 선의의 피해자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ELW여서 위험한 건 아니라"라며 "상폐종목에 투자했다가 3000만원 날린 친구가 있다. 투자 대상을 모르고 뛰어들면 주식이든 ELW든 모두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기본 예탁금 1500만원에 대해선 "1500만원만 들고 있으면 똑똑한 투자자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당국이 ELW 시장을 위축시키고있어 거래가 힘들게 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스캘퍼에 대해선 "주문이 아무리 빨라도 기초자산에 대한 예측이 맞아야 돈을 버는 것"이라며 "스캘퍼와 같은 종목을 두고 동일한 시간에 거래했는지 알 수 없어 스캘퍼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말할 순 없다. 다만 대량 거래가 있을 땐 스캘퍼 매매가 있다는 걸 감지하고 해당 종목을 오히려 피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LP가 헤지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호가를 제대로 변경하지 않는다고 해도 LP의 ELW 계산법을 알 수 없어 대응할 방법이 없다"며 "LP의 ELW 가격 산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ELW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