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재정위기 속 은행株 급락.."펀더멘탈 양호, 2008년과 다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은행주는 가장 '배신감'을 느끼는 업종으로 꼽힌다.
지난해말부터 애널리스트들이 꾸준히 '러브콜'을 보냈지만 주가가 줄곧 내리막길을 타면서다. 증권사의 은행주 '매수' 보고서가 이제는 분석보다 오기에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25일에도 은행주는 부진했다.신한지주(89,900원 ▼8,000 -8.17%)가 전날보다 1.40% 밀린 것을 비롯해BS금융지주(17,710원 ▼1,140 -6.05%)(-1.27%),우리금융(-0.89%),전북은행(-0.10%) 등도 약세를 보였다.
KB금융(145,300원 ▼9,900 -6.38%)은 이날 보합을 기록했지만 이달 들어 낙폭이 22.47%에 달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5만원대를 유지하던 주가가 거래일 기준 보름 남짓 만에 4만원선 아래로 밀려날 위기다.
하나금융지주(106,000원 ▼7,200 -6.36%)도 이날은 2.18% 올랐지만 이달 들어 성적은 -20%를 넘는다.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미국의 디폴트 우려, 신용등급 강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글로벌 신용경색 가능성이 불거진 탓이 컸다는 분석이다.
장화탁 동부증권 주식전략팀장은 "최근 유럽계 은행의 CDS(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 프리미엄이 오르는 등 글로벌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주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해외 은행주가 약세를 보이자 동반 하락한 바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외여건 등을 고려하면 2008년보다 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와 이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규제리스크도 주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5월 가계대출 순증액은 5조4000억원으로 2004년 이후 월평균 순증액의 58.8%에 달한다.
이대로 가계부채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 2분기 은행권의 사상 최대 실적이 민망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역시 은행간 저금리경쟁을 완화하는 방향보다는 자생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막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긍정적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주에 여전히 애정이 가득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펀더멘탈측면에서 2008년 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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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이 지속적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과 건설업 위험노출액을 줄여 지난 1분기부터 대손비용의 감소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도 "은행주 주가수익배율(PER)과 주당순자산비율(PBR)이 각각 5.2배, 0.75배까지 떨어진 상태"라며 "펀더멘탈이 양호한 데 비해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주가흐름만 보면 글로벌 신용경색이 기정사실로 반영됐는데 상황이 신용경색까지 치닫지 않는다면 투자자의 관심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실적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KB·신한·하나·산은금융 등 5대 금융지주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9조19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조7520억원보다 94%가 늘어난 수치다.
일각에선 글로벌 금융불안을 키우고 있는 유럽에서 금리인하나 양적완화 등 유동성 확대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국내 은행주가 조만간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위기의 근본 원인이 각국의 부실한 재정에서 비롯된 신용위험 상승과 금융시스템 악화에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유동성 확대 정책이 나올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은행주에 큰 호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