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 속앓이 해외펀드 투자자 '안도'

'세금폭탄' 속앓이 해외펀드 투자자 '안도'

임상연 기자, 기성훈
2011.09.07 15:04

[2011 세법 개정안]

-기재부 '손실상계' 내년까지 추가연장

-해외펀드 자금이탈 막을지는 '미지수'

#2007년 10월 '미래에셋인사이트펀드'에 2억원을 투자한 김씨는 최근 속이 바짝 타들어간다. 연말까지 손실을 회복해야 세금 없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데 오히려 펀드 수익률은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에 발목이 잡혀 뒷걸음치고 있어서다. 최근 수익률은 -22% 정도. 김씨는 "2년째 손실회복을 기다렸는데 이러다가 원금도 못 건지고 세금만 내는 거 아닌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연말 '해외펀드 손실상계' 일몰을 앞두고 김씨처럼 속앓이 하던 해외펀드 투자자들이 한시름 놓게 됐다. 기획재정부가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해외펀드의 손실회복이 미진하자 '해외펀드 손실상계'를 2012년 말까지 추가 연장키로 했기 때문이다.

해외펀드 손실상계란 비과세 기간 동안 발생한 손실을 일몰이후 펀드이익과 상계처리해주는 것을 말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막대한 손해를 본 해외펀드 투자자들이 비과세 폐지로 세금까지 내야 할 처지에 놓이자 정부가 내놓은 일종의 구제안이다.

당초 해외펀드 손실상계는 2010년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해외증시 부진으로 좀처럼 손실회복을 못하자 지난해 1년 더 연장됐고, 이번이 두 번째 연장이다.

◇해외펀드 74% 손실...투자자 안도

기재부가 해외펀드 손실상계를 또 다시 1년 연장키로 한 것은 비과세 기간에 투자한 대다수 해외펀드 투자자들이 여전히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정대로 연말에 해외펀드 손실상계가 폐지되면 이들 해외펀드 투자자는 내년부터 손실을 입고도 세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펀드(주식형+혼합형) 설정액은 37조5111억원(5일 기준)에 달하지만 순자산은 28조6201억원(-23.7%)으로 대다수 펀드가 손실을 기록 중이다.

금투협이 미래에셋증권, 씨티은행, 우리은행 등 3개 주요 해외펀드 판매사의 해외펀드 손실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계좌(87만6315개)의 73.7%(64만6161개)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는 2조2874억원에 달한다.

업계관계자는 "지난해 해외증시 상승으로 해외펀드가 어느 정도 손실을 회복했지만 올 들어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다시 손실폭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내년부터는 손실을 보고도 세금폭탄을 맞게 된다"고 밝혔다.

해외펀드에서 자금이탈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해외펀드는 비과세 폐지직전 58조원에 육박했던 설정액은 최근 41조원으로 급감했다. 올 들어서만 7조3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연내 원금회복이 요원해지자 많은 해외펀드 투자자들이 손실을 확정짓고 다른 투자대안을 찾아 나선 것이다.

◇펀드런 막을까?..손실회복이 관건

일단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해외펀드 손실상계 추가 연장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산운용사 한 고위관계자는 "세제 혜택이 종료에 대해 걱정하던 투자자들이 환매를 할지, 말지 갈팡질팡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해외펀드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내년에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세금을 물지 않고 원금을 회복할 시간을 벌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펀드전문가들은 비과세 연장이 이어지고 있는 해외펀드 환매에 브레이크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부진한 수익률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이 실질적인 관건이란 설명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2.34%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 주식형펀드는 -11.77%고, 일본 주식(-12.42%). 러시아 주식(-13.2%), 중국 주식(-11.91%)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007년 가입해 여전히 수익률이 마이너스 상태인 투자자라면 기다릴 필요가 있다"면서도 "손실상계 과세방안의 1년 연장은 현재 시점에서는 해외펀드 환매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경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해외펀드는 계속해서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면서 "해외펀드의 자금유출세는 지금 같은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에서는 계속되는 비과세 연장 혜택에 대해 펀드 관련 세제가 '누더기'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운용사나 증권사의 입김으로 비과세 혜택이 계속 연장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언제까지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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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 미래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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