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운용사, 해외선 '분산투자' 한국선 '몰빵'

외국계 운용사, 해외선 '분산투자' 한국선 '몰빵'

임상연 기자
2011.10.18 08:12

운용사별, 중국 브릭스 등 특정 이머징 국가 쏠림현상 심각

-중국·러시아 등 위험 큰 이머징펀드만 집중 판매

-해외선 분산투자 국내선 단일국가 투기 부추겨

-간판펀드 수익률 부진에 투자자 수년째 발동동

#"글로벌 플레이어란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개인투자자들을 이머징마켓의 사지(死地)로 몰고 있다."-한 자산운용사 대표이사

"해외에선 자산배분과 분산투자를 중요시하면서 국내에서 특정국가 펀드로 투자가 아닌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전 외국계 운용사 상품개발임원

국내에 진출한 대다수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의 간접운용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외국계 운용사의 펀드 포트폴리오 쏠림현상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본지 10월17일자기사참조)

이들 외국계 운용사는 2007년 해외펀드 비과세 조치이후 국내에서 수 십 조원의 투자자금을 모집했지만 거의 대부분은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 러시아, 브릭스펀드 등 특정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를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자산배분과 분산투자가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투자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머징마켓펀드를, 그것도 특정국가 펀드만 취급한 것.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해외펀드가 투자가 아닌 투기상품으로 변질됐고, 쏠림현상도 심화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슈로더=브릭스, 피델리티=중국 전문 운용사?

17일 금융투자협회 및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펀드 설정액(공모펀드 기준)은 총 32조4350억원로 이중 중국펀드(중국본토와 홍콩H)가 46.1%, 브릭스펀드가 17.8%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 주식형펀드 설정액의 63% 이상인 20조7341억원이 중국과 브릭스펀드에 쏠려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해외 주식형펀드의 쏠림현상은 주로 외국계 운용사들, 특히 100% 외국자본에 의해 설립된 순수 외국계 운용사들이 주도했다.

슈로더투신운용은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4조9948억원이지만 대부분 해외 주식형펀드(99.4%)다. 국내 주식형펀드 비중은 0.6%에 불과하다.

해외 주식형펀드 중에서는 브릭스펀드가 77.3%(3조8618억원)로 절대적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업계 전체 브릭스펀드 설정액의 66%가 넘는 규모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슈로더운용은 브릭스 전문 운용사"란 우스개 소리마저 나온다.

브릭스펀드에 이어 중국펀드가 15.3%(7683억원)로 두 번째로 비중이 크다. 브릭스펀드와 중국펀드만 합쳐도 설정액의 93%에 육박한다. 자산배분과 분산투자를 중요시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명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극단적인 펀드 포트폴리오다.

슈로더투신운용이 브릭스 전문 운용사라면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중국 전문 운용사로 불린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2조3370억원으로 이중 54.9%인 1조2834억원이 중국펀드, 단 1개에 쏠려있다. 피델리티운용은 또 주식형펀드 설정액 중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이머징마켓 비중이 80%가 넘는 등 주로 투자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머징펀드들만 집중적으로 취급했다.

프랭클린템플턴, JP모간,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프랭클린템플펀운용은 해외 주식형펀드 설정액(4461억원) 중 일본펀드가 42.3%, JP모간자산운용(1조2592억원)은 러시아펀드가 50.3%, 얼라이언스번스틴은 북미펀드 단 1개가 91.5%를 차지하고 있다.

한 펀드연구원은 "일부 외국계 운용사의 펀드 포트폴리오가 쏠림현상이 심한 것은 그동안 국내 운용조직 및 시스템 투자보다는 인기에 영합한 펀드만 취급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 한 대표이사는 "선진국 펀드시장에선 자산배분이 무엇보다 중요해 특정국가 펀드만 취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맞지 않다"며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들은 글로벌 본사의 펀드 영업에만 치중하다 보니 기형적인 펀드 포트폴리오를 가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쏠림의 저주' 수익률 부진에 투자자만 신음

이들 외국계 운용사는 이머징마켓의 특정국가 펀드를 대거 팔았지만 수익률 부진에 시달리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실제 슈로더투신운용의 간판펀드인 '슈로더브릭스증권자투자신탁A- 1(주식)'는 최근 2년과 3년 수익률이 각각 -12.52%, 36.61%로 브릭스펀드 평균(-11.54%, 38.19%) 보다 각각 0.8%포인트, -1.58%포인트 밑돌고 있다.

슈로더투신운용의 '슈로더브릭스증권자투자신탁' 설정액은 한 때 6조원이 넘었지만 수익률 부진에 따른 펀드 환매가 이어지면서 최근에 3조원대로 급감한 상태다.

또 피델리티자산운용의 대표펀드인 '피델리티차이나증권자투자신탁(주식)'는 설정이후 수익률 -20.57%로 투자원금의 20% 이상을 까먹고 있는 실정이다. 이 펀드 역시 한 때 설정액이 2조5000억원에 달했지만 수익률 부진에 투자자들이 외면하면서 지금은 1조2000억원대로 반토막 난 상황이다.

프랭클린템플턴운용의 '프랭클린템플턴재팬증권자투자신탁(A)(주식)'는 설정이후 수익률이 -65.73%로, JP모간자산운용의 'JP모간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은 -65.93%에 머물고 있다. 설정 당시 이들 펀드에 1억원을 투자한 투자자라면 3~4년이 지난 지금까지 6500만원 이상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업계관계자는 "일부 특정펀드에 자산이 쏠려 있을 경우 성과가 부진하게 되면 회사는 물론 투자자들도 타격을 입게 된다"며 "투자자들은 펀드 투자 전에 운용사의 펀드 포트폴리오를 체크해 제대로 자산배분을 하는지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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