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부인은 돈을 얼마나 벌었을까

와타나베 부인은 돈을 얼마나 벌었을까

최명용 기자
2011.11.01 16:24

[최명용의 씨크릿머니]

2009년 여름 1년 과정으로 미국대학에서 연수를 받았던 경험이 있다.

당시 달러당 원화 환율은 1300원을 오갔다. 원화 강세가 예상되던 시기였다. 연초 1400~1500원대에 거래되던 원달러 환율이 몇개월 사이에 1200~1300원까지 내렸다. 연말이면 1100원까지 내릴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어떻게 하면 돈을 아낄 수 있나 고민하던 차에 미국 현지 은행에서 대출을 받자는 생각이 들었다. 달러로 대출을 받아 생활비로 쓰고 원금 상환 시기가 오면 한국에 있는 돈을 환전해 되갚으면 되지 싶었다. 미국 은행 금리는 얼마 되지도 않았다. 원달러 환율이 100원만 내려도 이자를 뽑고도 남았다.

결국엔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아이디어로 그쳤다. 결정적으로 '대출 자격'이 안됐다. 미국에서 금융 거래실적이 전무한 연수생에겐 신용카드도 자격 미달이었다. 담보도 없는 이방인에게 신용대출을 해줄 은행을 찾기란 너무 어려웠다. 물론 원달러 환율은 이듬해 여름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대출만 성사됐다면 꽤 비용을 아꼈을 것이다.

미국에서 달러를 대출 받은 뒤 시간이 지나 원화로 환전해 상환하는 것은 일종의 환 거래다. 한 나라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다른 나라 통화의 고금리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외환 투자의 일종인 FX마진거래 시장이 뜨겁다.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커지고 주식이나 부동산 등 기존 재테크 수단이 영 재미가 없다며 FX마진 거래 시장에 뛰어드는 개미투자자들이 많다.

급기야 금융당국이 FX마진거래 규제에 나서면 제동에 걸었지만 거래규모는 매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월 FX마진거래량은 46만계약을 넘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증권사 및 선물회사에선 연일 투자설명회를 열며 FX마진거래 투자자들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FX 마진거래는 일정액의 증거금을 내고 해외통화의 변동성을 예측해 두 통화를 동시에 사고파는 외환선물거래다. 엔화 약세, 호주달러 강세가 예상이 되면 엔화를 팔고 호주달러를 매수해 차익을 누리는 식이다. 무엇보다 원금의 몇십배까지 거래가 가능한게 특징이다. 일본에선 100배, 한국에서도 20배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FX마진거래는 일본 '와타나베 부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와타나베부인은 일본의 평범한 가정 주부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식으로 '김여사'쯤 되는 표현이다.

와타나베 부인들이 일본 외환시장에서 차지하는 거래 비중이 30%에 달한다. 원금 100만엔으로 매월 100만엔씩 벌었다며 책도 쓴 이가 있다. 한국 증권사들은 FX마진거래 투자설명회에 와타나베부인들을 직접 초빙하기까지 했다.

와타나베부인들의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일부는 분명히 돈을 벌었다. 하지만 90%의 와타나베 부인들은 가정불화만 일으켰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주로 엔화 약세에 베팅하고 남미 등의 환율이 오를 것이란 예상에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엔화는 천정부지 강세를 이어가 역사상 최고점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손실을 감당못하고 엔화를 회수하면서 엔고를 더욱 부추긴다고 한다.

기대 수익률은 투자위험과 정비례다. 원금의 20배를 투자해 이익을 노린다면 원금의 20배 손실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감내할 전략과 용기, 노하우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풍부한 자금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조건이 없다면 '엔고 수혜주'를 찾아 현물 주식 정석 투자에 나서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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