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무더기 등급 강등..국내 증시 영향은

유럽 무더기 등급 강등..국내 증시 영향은

엄성원 기자
2012.01.14 14:40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유럽국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과 관련,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예고된 악재' 이상의 후폭풍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S&P는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9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지만 앞서 열린 미국과 유럽 증시 반응은 의외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증시는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장중 한때 크게 출렁이기도 했지만 장 중반 이후 빠르게 낙폭을 줄이며 안정을 되찾아갔다. 다우존스지수가 0.4%, S&P500지수가 0.5% 각각 되밀렸고 나스닥지수는 0.5% 하락 마감했다.

유럽 증시 역시 내림 폭이 크지 않았다. 영국 FTSE100지수가 0.5%, 독일 DAX지수가 0.6% 각각 떨어졌다. 신용등급 강등 대상인 프랑스 CAC40지수는 낙폭이 0.1%에 불과했다.

특히 신용등급 강등의 직접 영향권 안에 있는 금융주들은 일제히 급등 마감하며 등급 강등 부담보다 불확실성 해소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4.8% 올랐고 코메르츠방크가 3.6% 상승했다. 바클레이스는 4%, 스탠다드차타드와 HSBC는 각각 1.3%, 1%씩 올랐다. BNP파리바도 2.5% 뛰었다.

◇ "선반영 악재..단기·제한적 효과"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악재가 이미 시장에 선반영된 예고된 악재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용등급 강등으로 자본 확충이 필요한 일부 유럽계자금이 이머징시장 쪽 자산을 일부 정리할 수 있지만 이미 예견되던 시나리오"라며 "(등급 강등이) 시장에 추가로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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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또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이제야 한꺼번에 조정되긴 했지만 프랑스 국채 신용등급이 트리플A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국고채 금리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홍순표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앞서 프랑스 신용등급이 두단계 강등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지만 등급 강등은 예상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며 "유럽계 자금 이탈로 인해 국내 증시가 잠시 흔들릴 수 있지만 진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팀장은 "S&P의 신용등급 하향 결정에도 미국, 유럽 증시는 예상 외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국내 증시가 받게 될 신용등급 하향 후폭풍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등급 하향으로 자금 조달 압력이 강화되면서 유럽계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회수해갈 가능성이 있지만 유럽계 투자자들이 이미 지난해 15조원을 순매도한 만큼 추가적인 자금 이탈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유럽계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보유 규모는 100조원으로 추산된다.

◇ "EU 지원 앞당기는 계기 될 수도"

등급 강등이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시장 안정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오성진 센터장은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오는 30일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보다 강력한 재정위기 해법이 나올 만들어질 수도 있다"며 "1월 말 EU 정상회담과 2월 초 이탈리아 국채 만기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성욱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등급이 강등됐을 때는 최고 신용등급 보유국의 하향 사례가 거의 없었고 미국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컸기 때문에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 등급 강등이 EU, ECB 등이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금융사 지원 강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등급 강등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홍순표 팀장은 "미국, 유럽 증시가 선방하면서 (유럽 신용등급 강등이) 선반영된 악재라는 인식이 강해졌고 신용등급 강등이 불거진 시점이 설 연휴 전이라는 점에서 불확실성 해소 측면이 한층 부각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이전 경험상 유럽 재정불안과 미국 경기둔화 우려가 동시에 불거질 때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최근 미국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번 등급 강등 충격을 제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단기 외인 이탈은 불가피"

그러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외국인 자금 이탈은 불가피하며 이에 따라 국내 증시 반등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국내 증시에서 약 23조원을 순매수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유럽 재정불안과 미국,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9조원 이상 순매도로 전환했다. 특히 유럽계 자금이 지난해 15조원을 순매도하며 이 같은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에 비해 새해 들어선 외국인이 '팔자'에서 '사자'로 돌아서며 기관과 함께 국내 증시에 수급을 되살리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새해 첫 10거래일 동안에만 1조3000억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했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유로존의 조달비용이 상승하고 재정확충 부담이 늘어날 경우, 이 같은 외국인의 사자 움직임이 급랭될 수 있다.

오성진 센터장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으로 자금 조달 압력이 강화되면서 유럽계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회수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 센터장은 그러나 "역외 조달보다 역내 조달이 우선될 것이라며 조달금리 상승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순표 팀장은 "등급 강등으로 유럽계 자금 이탈과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 가능성은 확대됐다"며 "단기적으로 코스피지수가 1850선 이하로 후퇴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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