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15개중 82개 손실, 원금 14% 까먹기도..1년 수익률 시중금리 웃돈 곳 '0'
#지난해 3월 재간접 헤지펀드(Fund of hedge funds)에 1억원을 투자한 김모씨(44)는 최근 펀드수익률을 보고 기가 찼다.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PB(프라이빗뱅커)의 권유로 가입했건만 실제 수익률은 시중금리는 고사하고 -10% 넘는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해외 유수 헤지펀드에 투자한다더니 시중금리도 못좇아가고 있다"며 "어느 정도 손실을 만회하면 환매할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앞두고 거액자산가들에게 큰 인기를 끈 재간접 헤지펀드가 수익률 해저드(hazard)에 빠졌다. 시중금리보다 못한 수익률은 물론 원금을 까먹는 펀드가 속출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
저조한 수익률로 재간접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한국형 헤지펀드까지 좀처럼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헤지는 어디로? 115개 중 71% 손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헤지펀드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출시된 것은 2010년 말이며 현재 운용 중인 펀드는 총 115개, 설정액은 4882억원에 달한다.
이들 재간접 헤지펀드는 49명 이하의 투자자만 가입할 수 있는 사모펀드로 은행, 증권사 등의 PB창구에서 거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판매됐다. 당시 최소 가입금액이 5000만~1억원을 웃돌았지만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지난 한해에만 무려 4600억원 가량의 뭉칫돈이 몰렸다.
하지만 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재간접 헤지펀드 중 설정 이후 수익률이 플러스인 펀드는 28.7%인 33개에 불과했다. 10개 중 7개 이상은 손실을 본 셈이다. 10% 이상 손실이 난 펀드도 10개나 됐다.
출시된 지 1년이 지난 54개 펀드 중에서도 1년 수익률이 플러스인 것은 8개에 그쳤다. 시중금리 이상 수익을 낸 것은 단 1개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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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수익률이 가장 부진한 펀드는 지난해 3월말 출시된 우리자산운용의 '우리사모프리미어클래스3호'로 -14.67%를 기록했다. 설정 이후 수익률은 -14.70%.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수익률(-7.8%)을 밑도는 성과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우리자산운용의 '우리사모프리미어클래스 1~2호'와 한국투신운용의 '한국투자사모프리미어셀렉션목표전환 2호' '한국투자사모프리미어셀렉션 3~4호' 등도 11~14%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동양자산운용의 '동양글로벌알파사모TC-1'도 시중금리에 한참 못미치는 1.33%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투자심리 급냉.."신규펀드 꿈도 못 꿔"
재간접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한 것은 투자대상인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헤지펀드 조사기관 헤지펀드리서치(HFR)에 따르면 지난해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5%를 기록, 3년 연속 주식시장에 뒤처졌다. 특히 헤지펀드 중에서도 주식헤지형(equity hedge)과 재간접형의 수익률이 부진했다.
자산운용사의 헤지펀드 담당자는 "올들어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지난해 손실폭을 만회하기엔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일부는 환매까지 몰리면서 좀처럼 성과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간접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기대를 크게 밑돌면서 신규펀드는 물론 한국형 헤지펀드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헤지펀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급격히 식으면서 재간접헤지펀드와 한국형 헤지펀드 모두 자금모집에 애를 먹고 있는 것.
재간접 헤지펀드의 경우 올해 새롭게 출시된 펀드는 이달 초 설정된 산은자산운용의 'KDB ML사모특별자산1'이 유일하다. 지난해말 선보인 한국형 헤지펀드도 전체 운용자산은 5568억원을 기록 중이지만 이중 개인자금은 10%가량에 그쳤다.
증권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재간접 헤지펀드는 수익률 부진에 감독당국의 규제 강화로 신상품 출시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며 "시장 초기에 성과를 내는데 실패하면서 한국형 헤지펀드까지 개인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분간 개인자금이 재간접이나 한국형 헤지펀드에 유입되기는 힘들어 보인다"면서 "다만 아직 운용기간이 짧아 어느 정도 수익률 레코드가 쌓이면 개인들도 다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