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야간옵션 무더기 손해배상 '파문'…폭락 전날 무슨 일?

[단독]야간옵션 무더기 손해배상 '파문'…폭락 전날 무슨 일?

김동하 기자
2012.06.11 05:01

해외 야간옵션 장애로 증권사 줄줄이 보상…도이치發 '괴담'도 거론

지난달 15일. 코스피200 야간옵션 시장이 개장된 직후인 오후 5시1분. A씨는 시장 하락을 예상해 콜옵션인 '201G6267' 매도 주문을 냈다.

그러나 이 주문은 거부됐다. 5시 2분과 3분, 4분에도 매도 주문을 냈으나 마찬가지였다. 당황한 A씨는 풋 옵션을 사기로 했다. 풋옵션을 매수하면 시장 하락에 베팅할 수 있어서다. 5시 18분. A씨는 2차례에 풋옵션 '301G6230' 매수주문을 넣었지만 이 역시 거부됐다.

주문이 체결된 건 오후 7시4분부터다. A씨는 거래 증권사인키움증권(459,500원 ▲6,500 +1.43%)에 따져 물었고, 유럽 현지 선물중개업체(FCM)인 도이치증권의 서버 오류로 주문 체결이 지연됐다는 설명을 들었다. 키움증권은 A씨에게 700만원을 배상해 줬다.

5월 15일. A씨의 야간옵션 거래내역
5월 15일. A씨의 야간옵션 거래내역

하지만 A씨는 '대박' 기회를 날려버려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16일 정규시장에서 코스피는 3.1%, 코스피200지수는 3.33% 급락했다.

A씨가 0.7(7만원)에 매수하려했던 풋옵션 301G6230의 가격은 16일 정규시장에서 2.6(26만원), 사흘 후인 18일 5.15(51만5000원)까지 올랐다. 0.8(8만원)에 매도하려 했던 콜옵션 201G6267은 18일 0.06까지 급락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풋옵션 301G6230 의 차트. 지난 5월 6개월만에 거래가 급증하면서 가격도 급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풋옵션 301G6230 의 차트. 지난 5월 6개월만에 거래가 급증하면서 가격도 급변했다.

코스피200 야간옵션의 거래장애로 인한 손해배상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키움증권,대우증권(65,100원 ▼1,400 -2.11%),현대증권,동양증권(4,825원 ▼40 -0.82%)등 도이치증권을 통해 야간옵션을 중개하는 증권사들이 매매 차질로 고객들에게 크고 작은 규모의 손해배상을 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앞서 RBS를 통해 옵션거래를 중개하는 한국투자증권도 현지 서버장애로 손해배상을 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전후 풋옵션 301G6230 차트. 16일 정규시장에서 거래가 늘면서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15일 전후 풋옵션 301G6230 차트. 16일 정규시장에서 거래가 늘면서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15일 전후 콜옵션 201G6267 차트. 16일 정규시장에서 거래가 늘면서 크게 하락했다.
15일 전후 콜옵션 201G6267 차트. 16일 정규시장에서 거래가 늘면서 크게 하락했다.

◇한밤 옵션 거래, 툭하면 장애= 코스피200 야간 옵션 거래를 둘러싼 혼란이 커지고 있다. 투자정보사이트에는 투자자들의 원성이 넘치고, 이들 투자자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분쟁조정위원회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코스피200 옵션은 한국거래소와 유럽파생상품거래소(EUREX)의 제휴로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열린다. 코스피200 선물의 경우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를 통해 밤에도 거래된다.

이중 옵션의 경우 국내 증권사들이 EUREX 회원사인 FCM과 연계해 주문을 중개한다. 현재 도이치증권이 키움, 대우, 동양, 현대증권 등과 거래량의 70%정도를 처리하고 있고, 한국투자증권은 RBS,대신증권(36,900원 ▼700 -1.86%)은 뉴에지증권 등과 계약해 거래를 연결하고 있다. 동양증권은 도이치, 뉴에지 증권 두 곳과 계약했다.

야간 옵션거래는 2010년 하반기 시작됐으나 이듬해 활성화됐고 지난달 이후 유럽 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거래량이 확대됐다. 지난 8일까지 1개월간 거래대금은 9809억원으로 전년동기 710억원에 비해 13배 가까이 급증했다.

외국인들도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가 비중은 올 1월 13%에서 4월 35.9%까지 높아졌다.

이번에 손해배상을 해 준 증권사 관계자는 "유럽 FCM IT시스템이 품질이 낮고 정비가 안됐다"며 "도이치 측에서 피해보상 및 서버 업그레이드 등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을 포함한 국내 증권사들은 도이치증권에 잘못이 있지만 고객들이 자사를 믿고 투자했다고 보고 우선 손해배상을 했다.

◇시스템 하자뿐인가= 주문 차질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이런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옵션투자자는 "야간 옵션 주문이 체결되지 않는 적이 10차례도 넘는다"며 "차익실현은 물론 손절매할 기회도 놓치는 것은 공포"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들이 한국주식 투매 전 옵션거래를 막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공교롭게도 시장이 급변하는 시점에 거래장애가 되풀이되고 있어서다. 옵션 매수자는 대부분 개인투자자이고, 매도자는 주로 외국인과 증권사 등 기관이다.

A씨는 "단순히 유럽 IT시스템 문제로 돌리기엔 시장에 주는 충격이 너무 컸다"며 "미국 나스닥이 페이스북 상장 첫날 매매 차질로 4000만달러를 배상한 것처럼 단호하고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증권사 해외서비스팀장도 "도이치증권도 옵션거래가 활성화돼야 더 큰 수익을 볼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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