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을 넘는 한국기업] (2) 농심 - 조인현 농심 중국법인 본부장 인터뷰

"중국에 무작정 들어와서 부딪쳐 보자는 기업들이 많은데 그러면 안됩니다.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하고 해외 사업에 대한 개념부터 정립해야 합니다"
농심(381,500원 ▲6,000 +1.6%)의 중국 진출을 진두지휘해 온 조인현 중국법인장(사진)이 주변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아예 철수하는 업체들을 지켜보면서 느낀 소회다.
1981년 농심 무역부로 입사해 라면 세계화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조 법인장은 중국 사업 초창기부터 15년을 머무르며 신라면의 성공적인 대륙 진출을 이끌었다. 그와 농심 중국 법인은 사실상 '일심동체'인 셈이다. 상하이에서 조 법인장을 직접 만나 중국 시장 안착 노하우를 들어봤다.
- 의기양양하게 중국에 진출했던 국내 업체들이 철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 사업은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 무엇을 어떻게 할 지 정확한 개념을 확립한 다음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일단 와서 저질러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니 하나도 못건지고 돌아가는 것이다. 상당 기간 치밀하게 사전 조사를 해야 한다. "중국에 가면 다 팔릴 것"이라는 말은 거꾸로 하면 "중국가면 하나도 안팔린다"는 말도 된다.
- 농심이 중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시장을 개척하면서 편한 길 대신 '우리의 맛'을 알리겠다는 의지를 지키내기가 힘들었다. 흔들리지 않고 초심을 지킬 수 있었던데 자부심을 느낀다. 만일 오너가 빨리 성과를 내라고 재촉 했으면 결코 쉽지 않았을 거다. 신라면도 10여 년이 지나서야 안정이 된 것 같다. 중국에 전 세계 제품이 다들어 왔는데 나만의 개성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다른 걸 흉내만 내면 2류가 된다. 쫓아가는 사람은 영원히 힘들다.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우여곡절도 있었을 텐데.
▶중국인들에겐 라면은 '끓여먹는 음식'이 아닌 '물을 부어 간단히 먹는 음식'으로 각인돼 있었다. 또 매운맛도 낯설어 했다. 이런 입맛을 신라면에 적응시키기 까지가 쉽지 않았다. 또 '외상거래를 하지말자'는 원칙을 갖고 진출했는데, 4~5년 전까지만해도 중국 금융시스템이 낙후돼 자금 회수에 시간이 걸려 영업부서가 어려움이 많았다.
- 신라면이 중국에선 프리미엄급이다. 가격 저항은 없나.
▶우리 제품은 사실 13억 인구를 모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대도시 고소득층 위주로 마케팅 포지션이 돼있다. 비싸더라도 '욕구'에 맞는 제품이라면 결국 소비자들이 따라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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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도 '한국의 맛'으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인가
▶중국인들의 입맛이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는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우리가 중국에 연구소를 세워놓은 것도 그 이유다. 중국의 맛을 흉내 내진 않고 트렌드 조사 차원에서 테스트 식으로 일부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은 철저한 한국의 맛으로 차별화해 밀고 나가겠다. 그게 넓고 복잡한 중국 시장에서 우리를 존재를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